"적자탈출 고삐"…새 주인 맞은 남양유업의 새판짜기
가공유 등 주력 사업 전환…비효율 외식 정리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
자사주 취득 등 주주가치 제고도
남양유업이 60년 오너 체제를 끝내고 지난 1월 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최대 주주에 오른 지 5개월 가까이 흘렀다. 지난 3월부터 새 주인이 경영 참여를 본격화한 뒤 새판짜기를 통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경영 효율화를 이루는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오너가(家) 리스크로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다만 홍원식 전 회장과의 지속되는 소송전은 잠재적인 리스크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34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157억원에서 52.9%를 만회한 74억원으로 줄였다. 회사 측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축소하고 분유와 발효유, 가공유 등 수익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해 손실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원재료와 생산비용 등이 포함된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 1960억원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였다. 판관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억원 가까이 줄었는데, 지급수수료(-26억원)와 광고선전비(-17억원)의 감소 폭이 컸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는 대신,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거나 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면서 "투자금이 많이 드는 신사업이나 브랜드 홍보, 판촉 등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을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내리막을 걷던 남양유업의 실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바닥을 찍은 분위기다. 2019년까지 연간 1조원이 넘었던 회사 매출은 2020년부터 9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이때부터 영업손실도 700억~800억원대를 이어갔으나 지난해에는 적자 폭을 전년 대비 17%가량 줄였다.
남양유업은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소비가 감소하는 흰우유 대신 가공유 시장에 힘을 주고 있다. 이 분야의 대표 브랜드인 '초코에몽'을 활용해 지난해 초코에몽 아이스크림이나 초코에몽 생크림빵 등 디저트류 라인업을 확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프리미엄 우유 시장을 겨냥해 맛있는 우유 GT와 불가리스 등을 락토프리(유당분해) 제품으로 탈바꿈했고, 2022년 선보인 '테이크핏' 브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단백질 음료와 건강기능식품, 식물성 음료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제품 판매에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존 음용유(흰우유) 시장에서는 할인 전략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때문에 주력 사업을 다른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남양유업은 또 수익성이 낮은 외식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와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판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이 해당된다. 실제 일치프리아니는 지난 4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지난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문을 닫았다. 나머지 매장들도 이 수순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에는 이사회를 거쳐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과의 계약을 통해 오는 12월24일까지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소송과 유업계 경쟁 심화 등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영업 전략 개선으로 적자를 줄이는 등 기업가치 향상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최근 경영권 변경으로 경영 정상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한편 홍 전 회장이 지난달 30일 회사를 상대로 440억원이 넘는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홍 전 회장이 올해 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앤코에 회사 지분을 모두 양도했으나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는 동안 발생한 피해를 놓고 양측의 추가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앤코도 홍 전 회장이 2021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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