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학자' 차지호…"모르는 것에 대한 경계를 명확히 하라"

김찬주 2024. 6.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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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의료·인류·미래 등 각종 경험·지식 갖춘 인재
"尹 정부, 2년간 대한민국 시스템 모두 망쳐"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모르는가' 경계를 명확히 알아야 새로운 논의가 시작된다"

독특한 이력의 인재가 국회에 들어왔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진단해 처방하고 예방안까지 기획하는 의사 출신이자 인류학자 나아가 미래학자인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경기 오산)이다.

차 의원은 1980년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 의대를 졸업한 뒤 통일부 하나원에서 공중보건의,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했다. 다양한 활동 가운데서도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난민학(석사)을, 존스홉킨스대에서 글로벌 헬스(박사)를 전공했고, 맨체스터대 인도주의·평화학 교수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의료·인류·보건 등 다방면의 경험과 학문지식을 아울러 정치에 입문한 '신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미래 인재'로 영입돼 경기 오산시에 전략 공천 받아 출마했다. 최종 본선에서는 59.01%를 얻어 40.98%를 얻은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차 의원의 첫 인상은 힘줘 묶은 넥타이와 빳빳하게 다려진 정장을 입은 다수의 초선 의원들과 달리 편안하고 안정적인 차림이었다. 대화 한 마디에도 '여의도식 화법'이 아닌 현상을 직시하고 고민하는 진중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가'를 명확히 아는 것부터가 협력과 상생의 시작"이라며 우리 사회와 정치권을 향해 경종을 울렸다.

다음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

Q.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로 정치권에 입성했다. 탄탄한 의사, 교수직을 접어두고 정치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첫 환자에 대한 경험이 의사의 평생을 좌우한다. 제가 맡은 첫 환자는 북한이탈주민이었고, 이후에는 난민을 치료했다. 이들의 건강이 악화된 배경은 단순히 생물학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요인, 즉 정치의 실패가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대로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인간의 고통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사나 정치의 본질은 같다. 다양한 불평등과 고통의 근본적 원인인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에 정치권으로 입문했다."

Q. '정치의 실패'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역사회나 집단이 건강·안전·복지 측면에서 위협을 받는 '인도주의적 위기' 현상이 발생하는 나라의 경우, 대개 정치의 실패 나아가 정치가 극단적으로 실패한 국가들이다. 한 국가는 누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평균 수명이 달라지거나, 사망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조기 사망하게 되고,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운명을 달리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에 있어 '시스템'이라는 것은 사회적 자원과 사회 경제적 시스템을 인간 개개인의 삶을 누리도록 하는 최소한의 이상으로 보장을 해주는 게 정치인의 본분이다. 이로 인해 정치가 망가진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국민이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작금의 경제·환경·정치·기후 등 위기 등의 기로에 서 있지만, 사실 향후 닥쳐올 위기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따라서 현재의 정치가 실패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 아이들까지 고통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Q. 초선 국회의원이자 정치 신인이 바라보는 윤석열 정권의 모습은 어떤가.

"더 이상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과 경제, 외교와 남북관계 등 어느 하나 무너지지 않은 것이 없다. 2년 전 겨울,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국민이 사망했고, 지난해 여름 수해 복구 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 채 모 상병이 운명을 달리할 때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절규를 외면했다.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은폐와 회피에만 급급하다.

경제·안보·외교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윤석열 정부 들어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반도는 교류가 단절된 채 오물풍선과 적대적 서명만 오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 2년간 생명·안전·민생·경제·외교·남북관계 어느 하나 무너지지 않은 게 없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의정 갈등이 심각하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의료대란'을 어떻게 평가하나.

"수많은 분쟁과 갈등 환경에 놓였다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심화되면 누가 옳고, 틀린지 구분이 모호해진다. 그게 인간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의료대란 상황이 이미 그 수준에 놓인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갈등을 촉발시키고, 결정했던 책임자들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 즉 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AI(인공지능)와 의사가 협업을 통해 진료를 하게 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앞으로 이같은 의료 행위와 의사 1명이 진단·치료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도 시대적, 기술적 흐름에 맞춰서 의대 증원 문제를 개선시켜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고려하지 않고 의사 수만 늘리겠다고 하면 시장화 된 의료 시스템에 공급 만을 늘려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것과 같다. 의대 증원 목적의 근거가 빈약한 것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진단할 수 있는 부분보다 미래 학자로서 판단 가능한 부분이 많은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정치가 펼치는 미래 정책 중 가장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 예를 들면, 한 의예과 학생이 내년에 입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의사가 되는 과정은 인턴·레지던트·펠로우·남학생의 경우 군 입대까지 하고 나면 15년~20년이 소요된다. 이 기간이 지나야 의사 1명이 배출되는 것이다. 시도는 좋았으나 정부는 결국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Q. 최근 발생한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이 이슈다. 의학·철학·인류학·난민학·인도주의학·국제보건학 등 다방면의 학문을 두루 거친 국회의원으로서 사건 발생의 원인과 정부의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재난이나 참사는 반드시 반복되며, 이전과 같은 얼굴로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참사가 반복됐음에도 이를 막지 못하는 국가는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국가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건·사고들 마다 위험도를 미리 예측하고, 발생 가능성 목록을 체계화하고, 하나하나마다 예방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참사나 재난이 발생한 이후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지금의 정부는 문제가 발생하면 각 부처 최일선에 있는 총책임자를 처벌하거나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게 아닌 현장에서 인명 구조 등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경질되거나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방어기재가 생기기 때문에 현장에서 겪은 경험에 대한 공유가 부재하고, 또 생존자들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없어 결국 재난은 반복된다.

똑같이 주어진 미래와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정치적 분열보다 상생하고 협력해 개선점과 타개책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모르는가'에 집중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스스로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에 대한 경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새로운 논의가 시작된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추구해야할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가.

"코로나19 펜데믹 사태와 같은 미래 위기는 앞으로 더 크고 악랄하게 지구촌을 덮을 것이다. 하지만 AI, 4차 산업 같은 혁신적 과학기술들이 만들어 낼 변화도 동반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지방소멸, 기후변화 등 우리가 10~20년 내 당면할 위기는 불확실하거나 맞추기 어려운 미래가 아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AI가 더욱 보편화 돼 달라질 사회를 예견하면서 미래 위기, 위기 적응, AI 관련 법안들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Q.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어떤 현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외통위원의 역할과 제가 살아온 길의 방향이 다르지 않다. 갈등을 예방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다중의 위기는 한 국가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기에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에 이어 북·러 군사 조약 체결 등 한반도의 냉전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극단적 가치외교가 빚은 참사들이 임기 절반도 안 돼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익과 명분을 모두 잃은 현 정권의 외교정책 기조는 전면 수정돼야 한다."

Q. 22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세운 다짐과 '차지호를 선택한' 오산 시민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오산은 향후 10년 간 가장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AI 공공의료 R&D(연구개발) 클러스터를 통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UN(국제기구) 대학을 유치해 교육 부문에서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 오산이 우리나라 AI 산업을 크게 발전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아울러 오산 시민께서 선택해주신 덕분에 22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감사하고 매우 영광스럽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오산 시민과 늘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미래 정책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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