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막 올랐지만…“동의율 확보 속도낼 수 있을까”
주민 동의율 배점 60~70점, “기준용적률, 공공기여 비율은?”
“사업성 보장되지 않는 곳은 통합정비 어려울 것”
1기 신도시(분당·평촌·일산·산본·중동)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지자체별 평가 기준이 공개됐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용적률 확보에 따른 공공기여 비율과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면밀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동의서 확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향후 사업성 분석에 따라 사전동의율 확보 때와 달리 동의율이 저조하거나 중도 포기를 하는 단지들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5일 성남·안양·고양·군포·부천시 등은 선도지구선정 공모지침을 공고했다.
지자체들은 대체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제시했던 표준평가기준을 따랐다. 국토부는 평가기준으로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율 60점 ▲가구당 주차대수 등 정주 환경 개선의 시급성 10점 ▲통합정비 참여 주택 단지 수 10점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 10점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10점 등을 제시했는데, 이를 토대로 지자체들은 세부 항목 및 배점을 각 지역 특성에 따라 조정해 발표했다.
1기 신도시 중 중동은 주민동의율 배점을 70점으로 늘리고 만점 기준도 당초 95%에서 90%로 낮첬다.
분당이 가장 많은 변화를 줬는데, 정주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가구당 주차대수 ▲소방활동 불편성 ▲구역 내 주택단지 평균 건령 ▲엘리베이터 유무 ▲복도식 PC공법 구조 등으로 세분화한 뒤 각 항목마다 2점씩 배분해 최대 6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은 기본점수만 주거나 아예 빼버린 다른 지자체와 달리 15점으로 늘리고 공공기여 추가 제공 항목으로 최대 6점(부지 면적 5% 추가 제공)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통합정비 참여 주택 단지 수 배점을 4점으로 줄인 대신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를 15점으로 확대했다. 단지 수가 적더라도 가구 수가 많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이 공개되자 통합정비 추진준비위원회들은 법적인 효력을 지닌 동의서를 받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주민동의율이 여전히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만큼 그동안 사전동의율 확보 때 파악한 소유주 연락처를 토대로 선도지구 신청서 접수(9.23.~27.) 전까지 최대한 동의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당의 양지마을(한양1·2단지·금호1·3단지·청구2단) 추진위 관계자는 “다른 평가를 다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주민동의율”이라며 “저희는 가구 수가 워낙 많은 대단지다 보니 동의서 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일부 재건축을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주민동의율보다 사업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법적 상한의 150%까지, 역세권의 경우 최대 750%까지 용적률을 받을 수 있지만 기준용적률을 넘어서는 경우 40~70% 수준에서 공공기여 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용적률에서 기준용적률까지는 10~40% 범위에서 공공기여 비율이 정해진다.
용적률을 무턱대고 높이려다가는 공공기여비율이 높아져 되려 사업성이 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과도한 고밀개발을 막기 위한 장치로, 통합정비 추진 단지들은 용적률 상향과 공공기여 사이에서 최대한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크다.
현재 산본과 중동은 각각 330%, 345%로 기준용적률을 제시했으며 평촌도 330% 수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일산과 분당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평촌 꿈마을 민백블럭(우성·동아·건영 3·5단지) 추진위 관계자는 “아직 기준용적률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성 분석이 어려운 상태에서 동의서를 받으려니 혼란스럽다”며 “저희끼리 예측하기로는 기준용적률을 넘기게 되면 공공기여 비율이 높아져 눈에 띄는 사업성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되려 주거 여건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 주민들이 으쌰으쌰하며 동의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여러 조건들이 명확해져 현실을 마주하게 됐을 때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며 “선도지구로 선정되더라도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곳은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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