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때문에”…한국이 일궈낸 ‘우간다의 기적’ [新농사직썰-케이팜⑥]
가뭄과 병해로 생산량 50% 감소
종합적 재배기술 보급으로 문제 해결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우간다 동북부 테소지역은 오렌지가 주생산지다. 약 1만2000농가가 오렌지를 재배해 주스 공장에 납품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5년부터 원인 모를 병의 확산과 가뭄으로 가구당 평균 오렌지 생산량이 약 50%까지 감소했다. 그 여파로 많은 오렌지 과수원의 폐원으로 주스 공장 완공에도 불구하고 오렌지 물량 공급을 걱정하게 됐다. 이에 주 우간다한국대사관은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 우간다센터에 병 관리와 가뭄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지원을 요청해 오렌지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인 우간다에서 오렌지는 우리나라의 쌀과 같은 존재다. 국가 전체가 오렌지 재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우간다 정부에서 내놓은 ‘우간다 농업분야전략계획 2040’에도 우선순위 작물 중 하나에 해당하는 중요 작물이 바로 오렌지다.
특히 우간다 동북부 지역은 오렌지 재배의 핵심 지역이다. 약 1만2000 재배농가의 주요 소득원이자 수출 작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우간다는 이처럼 오렌지 재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각종 병해와 품질관리 기술 부족으로 생산과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피아 우간다센터가 구세주로 나타났다. 가뭄이 창궐했던 2015년에 우간다 동북부 지역으로 달려가 가뭄과 병해충 원인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종합재배기술을 보급하는 첫 단추를 꿴 것이다.
박태선 코피아 우간다센터 소장은 “우간다센터의 여러 사업 중 오렌지 사업은 코피아 센터 사업 중에서도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라며 “오렌지 사업은 우간다에서 오렌지에 원인 모를 병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현지 농민들이 시름을 겪고 있던 상황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농가에 큰 소득 증대를 가져다줘 농민들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우간다…심폐소생술에 성공한 K-농업기술
코피아는 우간다 오렌지 농가에 확산하고 있었던 병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의 농촌진흥청 오렌지 농업기술 전문가를 긴급 초청했다.
전문가 현장 진단 결과 오렌지 반점병(Pseudocercospora sp.)임이 밝혀졌다. 이 병은 전 생육기에 걸쳐 잎과 과실에 반점이 생겨 품질이 떨어지고, 심한 낙엽과 낙과로 수확량이 50% 이상 감소하는 병이다.
우리 전문가들은 진단 즉시 우간다에서 구입 가능한 살균제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끝에 90% 이상 방제가 가능하고 1ha 당 방제가격이 6만원 정도로 경제적인 카벤다짐(cabendazim) 유제를 선발했다. 또 이러한 기술을 방송, 신문, 현지어 및 영어 책자 배부와 지역 농촌지도사 교육으로 빠르게 농가에 보급했다.
박 소장은 “우간다는 전체 국토 면적 중에서 약 4분의 1이 호수다. 물이 매우 풍부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체 농경지 중 관개(물을 인공적으로 농지에 공급해 주는 일) 비율은 0.17%에 불과해 대부분 농경지의 수분 관리를 빗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2016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강렬한 햇볕으로 수분이 증발하자 오렌지 나무들은 고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과수원을 폐원하는 농가들이 증가했다.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코피아 우간다센터는 농진청 토양 전문가와 상의한 결과 아주 간단하지만 기발한 생각으로 오렌지 과수원 가뭄 문제를 해결했다. 가끔씩 오는 빗물을 과수원으로 유인하기 위해 마을 입구부터 과수원까지 빗물 유인로를 만든 후 모든 오렌지 나무 밑에는 원형 저수 시설, 1나무 1저수지 시스템을 설치한 것이다.
또 건기에는 수분 증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닭 등 가축 배설물을 넣고 풀로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토양을 표면을 덮어주는 일)을 했다.
코피아 우간다센터는 이러한 현지 맞춤형 K-농업기술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 2021년부터 테소지역 아라파이(Arapai), 응고라(Ngora) 그리고 아튜튜(Atutur) 3개 마을 180농가를 선정했다.
이와 함께 KOPIA 우간다 센터는 시급히 고압식 자동분무기 25대를 구입해 마을별로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접목, 전정, 적과 등을 위한 전정 가위 및 톱 등도 지원했다.
박 소장은 “우간다 대부분 오렌지 농업인들은 전정, 적과(과실의 착생수가 많을 때 여분의 어린과일을 제거하는 일) 및 접목(나무를 접붙임) 등 과수원 관리를 위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 오렌지 나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며 “나무 높이가 평균 3~5m인데도 나무 위까지 골고루 방제를 할 수 없는 소형 수동분무기로 방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코피아 우간다센터에서 선발한 오렌지 반점병 방제 약제인 카벤다짐 유제로 방제하고 빗물 유인로 및 1나무 1저수지 시스템으로 오렌지 과수원을 관리한 농가들은 시범마을 사업 전인 2020년에 비해 2022년에는 수확량 209%, 농가소득이 208%나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노력 끝에 결실…한국형 오렌지 과수원 도입
오렌지 품질 향상, 생산량 증가뿐 아니라 노동력 절감 차원에서 우간다 오렌지 과수원을 한국형 선진 과수원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했다.
우간다 오렌지 나무들은 관리가 되지 않아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했다. 당연히 나뭇잎에 골고루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코피아 우간다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서 퇴임한 오렌지 전문가를 1년 동안 초청해 접목, 적과, 전정 그리고 오렌지 나무 수형관리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시범마을 참가 농가 모두 한국형 선진 오렌지 과수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제로 테소 지역 아튜튜 마을에서 아버지 때부터 오렌지 농사를 하고 있는 줄리어스 임아텀씨는 지금도 2015~2016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원인 모를 병이 확산돼 대부분의 오렌지들이 땅에 떨어져 땅속에 묻어야만 했고, 이듬해부터는 가뭄이 심해져 지역 내 많은 오렌지 나무들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웃집들과 같이 과수원을 폐원 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코피아는 단비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코피아의 발빠른 대처로 임아텀씨 뿐만 아니라 이 지역 농가들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생산량과 수익 창출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농진청과 코피아 우간다센터의 이같은 노력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렌지 농장 개선사업의 공로로 지난해 우간다 국립농업연구청(NARO, National Agricultural Research Organization) 청장으로부터 감사패와 감사장을 수여 받았다. 또 협력 기관 오렌지 시범마을 과제 책임자인 존 아드리코 박사는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 주관 국제개발협력 유공 포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 했다.
박 소장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와 우간다 사이의 무역 거래나 경제 협력이 매우 미미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래 우간다 경제가 발전하면 전기, 고속도로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그때 우리 코피아 사업은 국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7월 11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⑦]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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