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비교]⑧"실버산업 키우려면 규제부터 풀어야"

이창환 2024. 6. 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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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시대, 일본을 배우다]⑧
사사키 노리코 전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인터뷰
"한국, 일본과 달리 실버산업 정부 규제 심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다. 이중 인구 규모가 큰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약 700만 명은 2020년부터 하나둘 고령층으로 진입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기도 한다. 과거 노인과 비교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고 경제 수준도 높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액티브 시니어가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의 실버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사키 노리코 전(前)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최근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사사키 노리코 전(前)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74)는 한국의 실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가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사키 교수는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실버산업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의 규제가 많은 편이라 실버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민간 주도로 실버산업이 발전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방식이 생겼다"며 "한국은 정부 주도로 실버산업이 커지면서 노인들의 선택권이 줄고, 성장성은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사사키 교수와의 일문일답.

-일본과 한국 실버산업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발전 상황이 많이 다른가.

▲한국은 규제가 심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속에서 어르신들이 쓸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 '가격은 얼마다' 같은 점이 이미 결정돼 있다 보니 민간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도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비슷한 개호보험제도가 실버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컸지만 갈수록 민간의 영향력이 커지는 중이다. 정부의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도 노인 구성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경제력도 있고, 경험도 많은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실버산업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인가.

▲훨씬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 규제가 심하면 어렵다. 정부도 고령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이 고령자가 될 것인가에 따라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산업의 파이도 커질 수 있다.

-어떻게 정책을 개선해야 하나.

▲정부 정책적 면에선 자율성을 더 부여해야 한다. 여러 가지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일본의 실버산업은 정부 주도로 발전해 왔나.

▲정부가 주도하진 않았다. 민간이 주도해 왔다. 실버산업은 눈에 보이진 않는다. 실버산업이 발전해왔다기보단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왔다. 일본 실버산업은 현재 11조엔 정도 규모의 시장이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실버산업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일본은 2025년에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 고령자 세대가 된다. 이로 인해 노인 여행사업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천천히 가는 여행, 배리어프리 호텔이나 지역 등 노인을 위한 상품이 많이 개발돼 있다. 이는 20년 전부터 시작돼 왔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그렇다. 파크골프와 같이 규칙을 쉽게 하거나 시니어용 운동 도구를 개발하는 등 노인용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 대기업이 실버산업에 진출하려 하지만 규제가 너무 심해서 돈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다. 요양사업은 초기투자금이 많이 들지 않나.

▲결국 노인장기요양보험 내에서는 복지밖에 안 된다. 한국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복지만 될 정도다. 더클래식500, 삼성노블카운티 모두 부유층 대상이다. 실버타운이 많이 생겼지만, 역시 돈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다. 이러한 실버타운은 장기요양보험을 사용하지 않을 거다. 일본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호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비용이 필요할 때 일부는 본인이 부담하고, 일부는 개호보험에서 보조받는 식이다. 한국보다 자유롭게 운영한다.

-일본 실버기업들은 수익성이 괜찮은지.

▲일본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도 어느 정도 있다. 다만 일본도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 급여가 낮기 때문이다. 이를 높이려고 법 개정을 하고 있긴 하다. 외국인노동자 도입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족한 상황이다. 돌봄 인력 부족 문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다.

-한국의 노인들은 몸이 많이 아프지 않다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보다는 본인 집에서 살기 원한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인가. 일본 노인들도 요양시설에 대한 거부감이 있나.

▲일본도 웬만하면 집이 좋다는 인식이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많으니 어떻게든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복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이들은 결국 가족이 돌봄을 해야 한다. 일본에서 아들은 도쿄,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같이 사는 게 좋은 건 아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서로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도 케어가 필요하니 할 수 없이 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들을 잘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호보험이다.

-일본은 노인전문 상점 등이 잘 활성화돼 있나.

▲그렇다. 요즘은 어떤 백화점을 가면 노인 코스를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다. 건강에 따라 자신의 보폭이 얼마나 되는가 등을 측정하는 거다. 계단을 올라가면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비가 오면 사람들이 많이 걸어간다. 보행 보조나 공간 워킹 등의 마트가 전국에 많다. 특별하게 장치를 만들어서 하는 곳은 많지 않지만, 코스를 만든 곳은 많다. 한국에도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은 실버산업이 복지 차원, 일본은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 같다.

▲한국의 인식은 복지 자체가 ‘공짜’, 받아 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게 복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사회라는 건 모든 사람이 복지의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한국의 복지는 혜택받는 것에만 치중됐다. 얼마 전 입국했을 때 젊은 분에게 호텔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봤다. 서울역 12번 출구에 가라며 친절히 찾아주셨다. 복지마인드란 그런 거다. 복지란 정부의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으려 하는 것이다. 한국엔 이미 복지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걱정된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성장해야 한다. 일본의 출산율은 1.26명이다. 그래도 4~5명 있는 사람도 있다. 고령사회가 되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도움을 받는 것도 힘이다. 수원력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못 하니 도와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한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노인 중에는 도중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 수 없다, 못한다고 호소할 수 있는 것도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고, 돈이 없어서 일터에 나가는 노인들도 많다. 일본도 비슷한가? 소득양극화나 노인 빈곤 문제가 실버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

▲일본도 75세까지 계속 연장해서 일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노인분들은 일을 많이 하신다. 70대분들도 일을 많이 한다. 물론 50만~60만엔까지 받지 않고 10만엔 이내에서 한다. 이는 일을 하면서도 사회활동이 되니까 오히려 건강해지는 방안이다. 일은 있는 게 좋다. 나는 올해 74세다. 같은 나이 친구들을 보면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일본에는 ‘교(오늘) 이쿠(간다)’라는 ‘오늘 갈 데가 있어야 한다’란 말이 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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