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남자’ 한동훈, 변심한 이유는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 강조
거리두기 전략 평가 분분 …당정 불협화음 우려도
“윤석열의 남자 한동훈이 달라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던 당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 전 위원장은 해병특검법·당정관계를 두고 용산과 거리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략적으로 ‘윤심 선 긋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주목할 점은 사뭇 달라진 ‘당정관계’에 대한 입장이다. 그는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여당은 수직적, 수평적 관계가 아닌 각자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라고 강조하던 모습과 달라진 모습이다. ‘당정 원팀‧윤 대통령과의 신뢰’를 강조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행보와도 차이가 크다.
여권의 금기도 깼다. ‘제3자 채상병 특검법’ 관철 의지를 밝히면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눈 특검이라고 판단하고, 당론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한 전 위원장이 ‘특검법 카드’를 꺼내들자, 대통령실은 “특검 추진을 공언한 한 전 위원장은 ‘반윤’ 수준을 넘어선 ‘절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전 위원장은 “그래도 민심을 따라야 한다”며 굽히지 않았다.
다만 ‘반윤(反윤석열) 프레임’을 경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채널A 뉴스에서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정치인의 계파를 나누는 것은 공감하지 않는다. 국민들 입장에서 무용한 분류”라면서도 “굳이 따지자면 친국이다. 친국민이고, 친국가이고, 친국민의힘”이라며 반윤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은 ‘불가근불가원’의 딜레마다. 두 사람은 2003년 이후 검찰 수사팀 선후배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여당 대표로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왔다. 하지만 지난 총선부터 양측의 전우애는 빛 바래기 시작했다. 한 전 위원장은 각종 정치 현안을 놓고 대통령실과 몇 차례 대립각을 세웠다. 극적으로 ‘화해무드’를 취하긴 했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결정적인 사안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에게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갈등의 골은 국민의힘 총선 참패를 기점으로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정권 심판론과 거야 심판론이 부딪혔던 이번 총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은 용산발(發) 리스크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었다. 총선 승리를 이끈 후,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던 한 전 위원장에겐 악몽같은 결과다. 오명은 덤이었다. ‘어쩔 수 없는 윤석열 아바타’라는 꼬리표와 ‘반윤(反윤석열) 딱지’가 동시에 따라붙었다. 총선 이후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며 갈등설은 기정사실화 됐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도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에선 전략적으로 ‘윤심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셈법은 엇갈린다.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에서 횡보하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이득이 크다는 시각과 선임 명분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랜 신뢰관계에서 오는 원활한 당정소통에 대한 기대감이 한 전 위원장의 강점이었는데 이젠 어려워진 것 아닌가. 정치력 약한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당대표 경선 승리를 위해 한 달 내 용산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면서도, 대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또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만큼, 윤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이들과 돌아선 지지층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현재 권력과 ‘한 몸통’으로 묶으려고 하거나, 혹은 완전히 갈라서게 만들려는 경쟁자들의 공세도 과제로 남아있다.
다만 여전히 한 전 위원장의 잠재력을 의심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특히 열광적인 지지기반을 만드는 ‘스타성’ 만큼은 보수진영 내 누구도 따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의 대체재가 마땅히 없는 여권이 당의 안정화를 위해 여전히 그를 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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