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00년 준비한 장인화의 100일..."영웅본색은 지금부터"
첫 100일 간 그룹 체질개선에 집중
대내외적으로 해결 과제 산적..."리더십 발휘 필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철강업황 악화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현상) 등 악조건에서 취임한 장 회장은 그룹의 전방위적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취임 직후인 3월 22일 포항제철소를 시작으로 포스코퓨처엠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코기술연구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포스코HY클린메탈, 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그룹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현장 직원들과 소통했다.
현장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어야 문제점을 쉽게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장 회장의 의지가 담긴 행보였다. 지난 4월에는 ‘7대 미래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임기 내 해결할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포스코의 혁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변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임원을 대상으로 한 스톡그랜트(주식보상제도)를 폐지했다. 장 회장 본인도 보상 폐지 대상이다.
스톡그랜트는 회사 주식을 임직원에 무상으로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로, 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회적 눈높이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전격 폐지한 것이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격주 주 4일 근무'도 철회하며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의 의지를 바탕으로 최근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철강업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도 반등을 꾀하고 있다.
철강사업은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요구에 맞춰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HyREX)’는 기존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로,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저탄소 철강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포스코는 기존에 활용한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에 ‘전기 용융로(ESF)’ 공법을 더해 하이렉스 공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도 포스코는 차별화된 경쟁력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리튬·니켈 등 원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양·음극재 및 차세대 배터리 소재기술 개발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조기 상업화를 위한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실제 장 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자동차 시장은 결국 전기차로 전환될 것이다. 전기차 캐즘이 온 지금 이 순간을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신규 투자처를 계속 발굴하겠다”며 이차전지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장 회장의 앞길에는 철강 소재 등 혁신 과정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춰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고,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대외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장 회장이 내건 7대 과제 중 ▲철강경쟁력 재건 ▲2차전지 소재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본원경쟁력 쟁취 및 혁신기술 선점은 그룹 내에서도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론 힘에 부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포스코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 및 설비 전환 등에 2050년까지 약 40조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이를 위해 마련한 지원 예산은 269억원(2023~2025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개별 기업의 힘만으론 신사업에서 역량을 확대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 차원의 보조금과 절세혜택 등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는 만큼 우리 정부도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와 긴밀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대외적 해결 과제다. CBAM은 철강 등 탄소 집약적인 제품을 유럽연합으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한 일종의 관세 제도다.
유럽향 수출이 많은 우리 철강산업 특성상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CBAM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탄소 인증서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철강업계가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룹 내부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당초 세계적 업황 둔화 국면에 뛰어든 만큼 업황 반등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방 고객사인 셀 업체들은 잇달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올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 역시 긍정적 전망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이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반기후 정책을 내놓는 후보와 정당이 우세를 점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는 “바통을 이어받은 장인화 회장은 시작과 함께 스스로 준비한 로드맵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지금부터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진정한 시험대 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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