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열풍에 뛰는 구리값… 구리선 쓰는 세탁기·냉장고값도 뛸라

나경연 2024. 6. 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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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구리 값이 급등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선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에 대한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은 줄어들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은 제조업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가격 급등이 이뤄지면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구리 가격도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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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전력수요 크게 증가하면서
전선 원자재 구리 수요 ↑ 공급 ↓
구리 없이는 가전모터 생산 불가
원가상승 소비자에 전가될까 우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구리 값이 급등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선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에 대한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은 줄어들어서다. 구리 값이 뛰자 긴장하는 건 가전업계다. 가전제품 모터에 들어가는 구리선 가격이 오르며 원가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체들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가전제품 마진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리 값이 오르면 자연스레 제조 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탁기·에어컨·냉장고·식기세척기 등 대부분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에는 구리선이 감겨있다. 사실상 구리 없이는 가전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은 제조업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가격 급등이 이뤄지면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 가격은 몇 년째 계속 오름세다. 구리 현물가격은 지난달 2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t당 1만857달러까지 올라 10년 내 최고점을 찍었고, 이달 들어 평균 약 96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3분기 구리 가격이 9500~9700달러를 유지하다가 4분기에는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 돼 상승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 상승은 2022년부터 두드러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구리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후 나타난 AI 열풍으로 구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데에 소요되는 케이블이나 전산·통신 장비, 냉각 등에 구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시카고에 설립한 데이터센터의 구리 사용량만 2177t에 달한다.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의 구리 소비량은 2040년 29만3000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구리 광산의 절반 이상이 ‘가뭄 리스크’에 노출됐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지난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국제 원자재 전반의 수급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 세계 구리 광산의 절반이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전 세계 구리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칠레는 이미 극심한 가뭄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칠레 국영 광산기업 코델코는 지난해 물 부족 등의 여파로 25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의 구리를 생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원가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과거 2000년 초 닷컴버블 때도 유가를 포함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때 제조업 관련 비용이 다 같이 올랐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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