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높아 못 살겠다”… 서울시민, 경기·인천으로 대이동

권중혁 2024. 6. 2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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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43)씨는 올해 1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했다.

"화곡동이 서울 어느 곳보다 싸서 터를 잡은 거였는데, '빌라사기' 난리가 난 것 치고는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제가 사는 곳은 오히려 올랐다. 전세대출 금리도 높아져서 '이 돈으로 못 살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서울 다른 동네 가기에는 너무 비싸니까 인천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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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 1만593명 脫서울… 69% 급증
작년 46만명 중 70% 경기·인천행
주거비 부담·수도권 GTX 등 영향
게티이미지뱅크


황모(43)씨는 올해 1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했다. 그가 살던 곳은 전세사기 대란이 불거진 강서구 화곡동의 전세 빌라였다. 다행히 황씨가 살던 빌라에는 ‘빌라왕’의 손이 뻗치지 않았지만,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를 결심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화곡동이 서울 어느 곳보다 싸서 터를 잡은 거였는데, ‘빌라사기’ 난리가 난 것 치고는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제가 사는 곳은 오히려 올랐다. 전세대출 금리도 높아져서 ‘이 돈으로 못 살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서울 다른 동네 가기에는 너무 비싸니까 인천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높은 주거 비용 부담에 ‘탈서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떠난 이들은 주로 인접한 경기·인천으로 이사한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5월 국내인구 이동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달 10만781명이 전입, 10만6623명이 전출해 총 5883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기는 6224명, 인천은 1445명이 각각 순유입됐다.


탈서울은 1년 전과 비교해 68.84% 증가했다. 서울은 올해 1~5월 누적 1만593명 순유출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6274명)보다 4319명이 더 빠져나갔다. 반면 경기는 2만5132명 순유입 돼 지난해보다 14.35% 증가했고, 인천도 1만3747명 순유입해 16.18% 늘어났다.

통상 인구이동은 대형아파트 입주나 부동산 시장 동향, 방학·개학 등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데, 최근 몇 년간의 서울의 집값 상승이 탈서울에 이은 ‘인(in) 경기·인천’ 경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는 매매, 전세 모두 연일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5% 올라 13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0.15%는 2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7% 올라 57주 연속 상승했다.

분양 받기도 쉽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1㎡당 평균 분양가는 1170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1만4000원보다 24.35% 급등했다.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약 10억5000만원에서 13억1000만원으로 2억원이 넘게 오른 셈이다. 비싼 서울 집값에 경기도나 인천으로 집을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실리는 이유다.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전출자는 대다수 경기·인천으로 향한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국내인구이동통계 결과를 보면 서울의 전체 전출자 약 46만1000명 중 60.5%가 경기, 10%가 인천으로 전입했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경기, 인천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며 “수도권 전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인프라 개선도 탈서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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