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천군만마" "이인영 수박"…또 개딸에 시달리는 野전대

김효성, 김정재 2024. 6.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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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표 사퇴를 선언했다. 연임 도전에 나설거란 전망이 나온다. 뉴스1

#.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전현희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전 대표와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투샷 사진을 올렸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늘 털털 웃는 모습에 맘이 짠하다”는 글도 썼다. 개딸(이재명 극성 지지자)은 “천군만마! 든든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 대표 경선 출마설이 도는 이인영(5선) 민주당 의원 사무실에는 하루에 여러차례 전화가 걸려온다.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 의원님, 열심히 해보시라”거나 “나와서 표 얼마나 받겠냐”는 등의 말을 뱉고선 끊는다. 이 의원에게도 정체불명의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극성 팬덤에 휘둘리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자 일부 최고위원 출마자는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며 그를 추앙한다. 극성 지지자는 이들에겐 환호하고, 이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를 공격하기 일쑤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전현희 의원(오른쪽)이 이재명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전 의원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최고위원에 도전한 강선우 의원은 25일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걸어온 길이 국민을 굉장히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출마선언에선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했다. 최고위원 출마가 유력한 한준호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와 함께 걷는 사진을 올리며 “항상 반걸음 뒤따르며 지켜본 대표님의 뒷모습은 세상의 모든 무게를 함께 나눠진 듯이 꿋꿋했다”고 썼다. 같은 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김병주 의원도 “이 전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전당대회와 함께 치러지는 전국 17개 시·도당위원장 선거전도 이 전 대표를 추켜세우는 말들로 채워졌다.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 대표이자, 원조 친명격인 경기도계에 속하는 강위원 당 대표 특보는 24일 광주시당위원장 출마 회견에서 “이재명 시대의 개막을 위한, 민주당 역사 최고의 기적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18일 광주시당위원장 출마를 선언한 대장동 변호사 출신 양부남 의원도 “이재명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호남 인사는 “두 사람이 ‘찐명’(진짜 친명) 대결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장경태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당위원장 출마가 유력한 장경태 최고위원도 최근 라디오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분은 이재명 대표뿐”이라고 했다. 장 최고위원이 친명색을 강하게 드러내자 서울시당위원장 출마를 검토 중이던 비명계 고민정·김영배 의원은 장고에 들어갔다. 서울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나도 출마를 고민했지만, 개딸 프리미엄을 어떻게 넘겠냐는 생각에 접었다”고 토로했다.

‘명비어천가’가 난무하는 것은 강성 친명 당원이 민주당을 주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아직 이번 전당대회의 대표·최고위원 경선 투표 반영비율은 미정이다. 2022년 8·28 전당대회 때 권리당원 투표반영비율(40%)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권리당원 대 대의원 투표비율을 60대1에서 20대1로 변경해 권리당원 표의 비중을 3배 더 늘렸는데, 이를 이번 전당대회 투표 때도 반영해야 한다.

일부 강성 당원은 대의원이 되려고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등 투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당원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는 만큼 당원 표심을 얻으려는 건 당연한 현실”(친명 인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동료의원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도 적잖다. 원조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최고위원 후보가 자신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지 이 전 대표와 가깝다는 말만 해서는 자질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파색이 옅은 재선 의원은 “당원을 중시하는 것과 이 전 대표를 추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팬덤에만 기대는 건 차기 지도자가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효성·김정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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