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동훈은 경험부재, 원희룡은 궁색…난 당 수술준비 됐다" [여당 당권주자 인터뷰①]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나경원 의원이 26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상처 입은 당에 반창고만 붙여놓고 대선에 나갈 사람”이라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는 당을 수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세론’에 대해서는 “2021년 전당대회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게 20%포인트 이상 밀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당원투표에선 내가 3.5%포인트 앞섰다”며 “당원투표 비율이 80%인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당원의 선택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 도중 작심한 듯 경쟁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 전 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 제안을 겨냥해서는 “정치 경험 부재를 드러낸, 당을 위험에 빠뜨릴 최악의 수”라고 비판했고, 친윤 주자로 평가받는 원 전 장관을 향해서는 “대통령 덕 볼 생각이 아니라, 도울 생각을 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는 22년간 당을 지키며 탄핵 사태 등 위기를 극복한 당대표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바빴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여당 소속 구청장들과 조찬 모임을 한 뒤 곧장 부산·경남으로 이동했다. 인터뷰는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차 안에는 옷가지와 신발이 빼곡했다. 쓰다 남은 파스 조각도 눈에 띄었다. 나 의원은 “발로 뛸 일이 많다 보니 종아리며 어깨며 파스 붙일 일이 늘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출사표를 던지며 ‘보수 재집권’을 강조했다
A : “4·10 총선 패배로 당이 굉장한 슬럼프에 빠졌다. 이래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쉽지 않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두 번째 대위기를 맞은 당을 되살리고, 재집권 기틀을 다지자는 각오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 도전장을 냈다.”
Q : 첫 번째 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말하나
A : “그렇다. 당시 당에 무기력증이 넘쳤는데, 원내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역공했다. 이후 숨죽였던 당원들이 환호했고, 분위기가 반전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도 이끌었다.”
7월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나 의원과 윤상현 의원, 원 전 장관, 한 전 위원장의 4파전이다. 이날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답하던 나 의원은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을 언급할 때면 목소리 톤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Q :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띄웠다
A : “원내에서 민주당과 싸워본 적 없는 경험 부재가 나쁜 수로 이어진 것 아닌가. 야당의 특검 프레임에 갇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래서 ‘정치는 프로페셔널의 영역’이라는 말이 나온다.”
Q : 그럼에도 ‘한동훈 대세론’이 상당한데
A : “정치에 데뷔하고, 곧바로 총선을 지휘해 주목받았지만, 한 달간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면 당원 기류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22년간 당을 지키며 당원과 울고 웃었다.”
Q : 원 전 장관도 당의 중진 아닌가
A : “원 전 장관은 2017년 탄핵 사태 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3년간 당을 떠났다. 나와는 다르다.”
나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때 유력한 대표 후보로 거론됐지만 ‘윤심(尹心)’과는 거리가 있었다. 친윤계 초선 의원 48명이 나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결국 출마를 접었다. 그는 “지난 일이고 잊었다”고 했다.
Q : 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가 중요한데
A : “윤 정부가 성공해야 재집권도 가능하다. 당 대표가 되면 당정 협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옳은 방향의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 국민의 섭섭함이 있다면, 놓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
Q : 대통령과의 식사 사실이 원 전 장관을 통해 알려졌다
A : “대통령과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했지만,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당 대표 선거를 하는데 계속 대통령을 끌고 들어오는 원 전 장관, 좀 궁색하지 않나. 대통령 덕 볼 생각이 아니라 도울 생각을 해야 한다.”
Q : 친윤과 반윤 사이에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A :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강조해 본인만 부각하려 하고, 원 전 장관은 대통령을 등에 업으려 한다. 나는 여당 재건에 집중할 것이다. 대통령도 제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는다.”
22대 국회는 170석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여소야대 구도다. 서울 동작을에서 5선 고지를 밟은 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전 대표를 견제할 사람은 바로 나”라고 현역 의원의 장점을 부각했다.
Q : 차기 당대표의 맞상대는 이재명 전 대표다
A :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지휘자로서 이 전 대표에게 패했고,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에서 이 전 대표에게 졌다. 반면 나는 서울 동작을을 8번이나 지원 사격한 이 전 대표를 물리쳤다.”
Q : 현역 의원의 장점을 강조했는데
A : “향후 정국의 주요 전장(戰場)은 국회 본회의장이다. 이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각종 입법 독주를 지휘할 때, 여당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면 되겠나.”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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