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나 자신과 화해하는 삶

2024. 6.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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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완벽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완벽을 꿈꾼다. 완벽하지 않으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완벽에의 충동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동력이기도 하다. 문제는 영적 세계에서도 완전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과연 완벽할 수 있을까. 예수님 시대 바리새인들은 완벽주의자들이었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삶을 불필요하게 억압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 내면에는 상처가 있다. 사랑에 대한 목마름, 인정에 대한 갈증, 상실한 것에 대한 동경이다.

완벽주의 안에는 경쟁 심리와 비교 본능이 숨어 있다. 그런 삶에는 자유가 없다. 긴장도가 높다.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면 자신을 몰아붙인다. 완벽은 “좀 더”를 외친다. 겉으로는 많은 것을 성취한다. 꽤 자신감이 있어 보이지만 내면은 불안에 떤다. 최고를 고집할수록 혈압은 오르고 불만족은 심해진다. 바리새인들이 높은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게 하는 데는 공명심이 숨어 있다. 욕망의 부추김에 시달리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간파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이는 하나님을 도덕적인 완전을 요구하는 분으로 오해한다. 율법이 요구한 것 이상을 실천하려고 한다. 자기 열심에 만족하고 자아도취에 빠진다. 높은 도덕적 수양으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을 메우지 못해 갈등하며 분열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현실이 이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무능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며 타인에 대해 냉혹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삶을 살게 되기도 하고 반면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작은 실수에도 실망하고 자학한다. 자신의 한계와 약점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분열 증세가 심화된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이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자신의 무능을 다른 이들에게 투사하게 된다. 타인에 대해 매우 냉혹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주로 자신 안에 좌절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성숙으로 가는 길은 길고 긴 여정이다. 외적 행동과 내적인 인격 일치를 이루려면 많은 좌절과 갈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 진정한 평화를 경험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함을 드러낼 수 없다. 자기모순을 가진 상태로는 깨어진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먼저 ‘나 자신과 화해를 하는 삶’이 필요하다. 나를 괴롭히는 나를 놓아주어야 한다. 연약한 나를 너무 닦달하지 않고 품어 주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두운 감옥 안에 스스로 감금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나님은 우리 연약한 상태를 그대로 받아주신다. 완벽해야 우리를 인정해주시는 냉혹한 신이 아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넓고도 넓다. 복음이 주는 능력은 무한하게 품어 주심이다. 복음을 깊이 경험하면 더 이상 자신의 초라한 의를 붙들고 살지 않아도 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팔을 내밀고 계신다. 다 받아주심이다.

더 이상 나의 의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진 나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누구인가. 항상 자신에 대한 무지가 사고를 낸다. 진실한 자아 인식은 복음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깨어진 자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알면 십자가 앞에서 진실하게 반응할 수 있다.

더 이상 완벽함으로 자신을 감추려 하지 말라.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려는 그릇된 욕망을 제거하라. 그래야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모순과 연약함으로 가득한 나를 멋진 모습으로 포장하는 동안에는 하나님을 만날 수 없다. 나의 약함과 무능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나아갈 때 나를 향해 미소 지으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깨진 자아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기회다. 나의 부족함을 쿨하게 인정하라.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죄인 됨의 비참함을 느끼는 과정을 통과하라.

이규현 부산 수영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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