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세기의 폭로자 줄리언 어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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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 닐 시핸 기자는 1971년 3월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려고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펜타곤 문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어산지가 미 법무부와 형량 합의 끝에 26일 수배된 지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호주에 도착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어산지의 석방이 "언론 자유의 승리"라고 밝혔다.
기밀 폭로는커녕 사실만 전해도 '입틀막' '애완견' '기레기' 처지가 되는 한국 언론으로선 어산지의 금의환향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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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 닐 시핸 기자는 1971년 3월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려고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펜타곤 문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국방부 문서 7000쪽을 몰래 입수해 복사했다. 교외 부동산 업소 복사기가 엄청난 분량에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3개월 후 특종 보도가 나왔다. 1972년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는 내부고발자 ‘딥스로트’로부터 리처드 닉슨 정권 치부에 관한 한정된 정보를 받았다. 우드워드는 동료 칼 번스타인과 퍼즐 맞추듯 정보를 추적해 ‘워터게이트’보도를 시작했다.
세기적 폭로와 특종은 지난한 노력과 시간, 인내의 산물이다. 그런데 IT의 힘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효율적이고 단숨에’ 전파하는 폭로 모델이 21세기에 등장했다. 인터넷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 편집장 줄리언 어산지가 주도했다. 호주 출신 어산지는 16세부터 해커로 활동하다 35세이던 2006년 위키리크스 활동을 시작하며 폭로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준다.
위키리크스가 대중에 확실히 각인된 때는 2010년이다. 이라크전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영상(4월),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 국방부 비밀문서 9만건(7월), 이라크 침공 비밀문건 39만건(10월), 전 세계 미 대사관 외교전문 25만건(12월)을 잇따라 까발려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천영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특별대표에 대해 “가장 무능한 관료”라고 혹평한 발언이 폭로 문건에 담겨 정부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어산지는 미 당국이 간첩 혐의를 적용하자 2012년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됐지만 재판을 이어가며 미 송환에 맞섰다. 어산지가 미 법무부와 형량 합의 끝에 26일 수배된 지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호주에 도착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어산지의 석방이 “언론 자유의 승리”라고 밝혔다. 기밀 폭로는커녕 사실만 전해도 ‘입틀막’ ‘애완견’ ‘기레기’ 처지가 되는 한국 언론으로선 어산지의 금의환향이 부럽기만 하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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