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한국에 일하러 가도 될까

김남중 2024. 6. 2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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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이 2030년까지 4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올해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특정기능' 제도의 범위를 확대한 것을 계기로 외국인 고용을 두 배 넘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일손이 부족한 12개 업종을 특정기능으로 지정해 해당 분야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대 5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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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국제부 선임기자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이 2030년까지 4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이온은 일본에서 약 2700개의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500명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올해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특정기능’ 제도의 범위를 확대한 것을 계기로 외국인 고용을 두 배 넘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온은 이들을 식료품 가공공장이나 슈퍼마켓의 반찬 제조, 빌딩 청소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일손이 부족한 12개 업종을 특정기능으로 지정해 해당 분야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대 5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3월에는 특정기능 분야를 16개 업종으로 넓히고, 수용 인원도 종전의 34만5000명에서 82만명으로 2.4배 늘렸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일본 기업들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을 운영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지난 2월 문을 연 반찬 공장에 240여명의 외국인을 고용했다. 외식 체인 대기업인 하이데이히다카는 올해 특정기능 외국인의 채용수를 26명으로 늘렸는데, 이는 신입사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대우도 개선되고 있다. 하이데이히다카에서는 특정기능 외국인을 일본인 정사원과 동등하게 대우한다. 이들은 점장 후보가 되거나 본사 근무도 가능하다. 이온은 외국인 고용을 대폭 늘리면서 수용 체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2~3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셰어 하우스를 공급하고 휴일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등 외국인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에 노동력을 주로 공급해온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의 현지 급여가 2032년이면 일본 급여 수준의 50%를 넘을 것이라는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전망을 인용하면서 외국인이 일본에 와서 일하게 하려면 주거·교육·생활 지원 등 기업의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을 둘러싸고 전개될 인력 쟁탈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은 2030년까지 저숙련 외국인을 8만명 더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확정했다. 출산율이 추락하는 중국도 머지않아 외국인 노동자 확보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노동자를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가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와 공급을 역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국내에 번역된 책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해외에 노동력을 공급해주던 국가들에서도 인구 증가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며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이주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고 알려준다. 책을 쓴 헤인 데 하스 암스테르담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주와 부유한 나라는 이제 손가락만 까딱하면 언제든 달려올 값싼 노동력이 무한하다는 기대를 접어야 한다”면서 “미래에는 이주자의 유입을 막을 방법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올 방법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사흘 전 경기도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17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 참사를 국내외에서 외국인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건을 보도하며 ‘한국 공장 화재는 이주 노동자들의 위기를 보여준다’는 제목을 붙였다. 한국에 일하러 가도 될까? 한국에서 계속 일해도 될까?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죽음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김남중 국제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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