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출하는 여당 내 독자 핵무장론, 자제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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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T 탈퇴하면 국제 제재로 한국경제 위기 맞아
워싱턴 선언의 ‘확장 억제’ 보강이 최선의 대안
여권에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히 밀착하면서 한국의 안보 위기감을 고조시킨 게 계기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에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며 “당 대표가 되면 (핵무장 원칙을) 당론으로 정하고, 당 차원의 보다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를 단기간 내에 개발할 수 있는 준비를 당장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한은 이미 핵을 소형·경량화했다. 핵을 갖지 않은 이웃 국가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것”이라며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비주류였던 ‘핵무장론’이 갑자기 주류로 진입하는 분위기다. 이는 북한의 핵무장이 점점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국제사회의 기류와 무관치 않다. 지난 19일 북·러 조약에서 ‘평화적 원자력 분야 협력’을 명시한 것은 사실상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소극적인 마당에 러시아까지 이렇게 나오면 북한 비핵화는 더욱 요원해진다. 그러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독자 핵무장론이 나온다.
그렇지만 독자 핵무장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국은 지난 30여 년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토대로 북한에 비핵화 이행과 준수를 요구해 왔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및 제재 결의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에 근거해 이뤄졌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건 그동안 쌓아 온 외교의 대의명분을 하루아침에 폐기하는 셈이라 국제적 위상 추락에 직면할 수 있다.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수도 없고, 대북제재를 유지할 근거도 상실한다. 특히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럴 경우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제재로 핵 원료 수입이 막힐 경우 전체 발전의 30.7%를 차지하는 원전 가동도 힘들어진다. 또 한국의 핵무장은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의 ‘핵 도미노’를 일으켜 일본·대만도 핵무장에 나서게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리 없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핵무장이 오히려 안보 불안을 초래하는 역설이다.
이처럼 핵무장이 겉으론 그럴듯해 보여도 내용 면에선 도박이다. 북핵 억제를 위해선 지난해 4월 한국형 확장 억제를 명시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을 보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우파의 표만을 노리고 핵무장론을 들고 나오는 건 위험한 안보 포퓰리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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