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벼랑 끝 지구'를 위하여…
사진가 석재현이 사는 법
언뜻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진 앞에서 시나브로 살 떨림이 일었다.
코뿔소, 코끼리, 치타 등과 사람들이 어울린 사진 앞에서였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인가 싶었더니 살길을 찾는 몸부림이었던 게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기후 환경 사진 프로젝트
‘Confession to the Earth’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 작품 모두 그랬다.
이 전시를 엮은 석재현 예술 감독에게 전시 기획 의도를 물었다.
“2020년 부산국제사진제 예술감독으로서 인류세 주제전을 열었어요.
다시 말해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을 주제로 대규모 전시를 엮은 거죠.
제가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우리가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부분,
즉 인간과 사회에 관심을 가져왔었거든요.
사실 다른 시각 예술보다 사진이 분명히 이 부분에 역할을 해야죠.
그 역할을 위해 이번엔 세계적인 다섯 작가를 모아 사진전을 연 겁니다.”
사실 석 감독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사회를 위해 활동한 사진가였다.
이 활동으로 인해 중국에서 수감 생활까지 했다.
탈북자 인권 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갔던 2002년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대학교수였으며 뉴욕타임스 객원기자였지만,
직접 눈으로 실상을 보고 기록하겠다는 의지로 간 터였다.
결국 그는 여기서 탈북자를 돕다가 구속되고 18개월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위험하고 합법적이지 않다고 눈 감고 피할 수만 없었죠”라고 했다.
석 감독은 이때의 수감 생활이 죽기보다 힘들었노라 고백했다.
석방 후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다가
결국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인간과 사회를 위한 일을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2006년 ‘대구사진비엔날레’ 기획이었다.
“우리나라는 모든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잖아요.
지역에도 이런 문화 풍토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어 기획했죠.”
이는 그가 사진가로서의 길보다 전시 기획자로서의 길을 연 계기였다.
이후 ‘부산국제사진제’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사진이 우리에게 끼치는 선한 영향력 알리는 게 기획자로서 소임이기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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