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벼랑 끝 지구'를 위하여…

권혁재 2024. 6. 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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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석재현이 사는 법


권혁재의 사람사진/ 석재현 예술감독

언뜻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진 앞에서 시나브로 살 떨림이 일었다.
코뿔소, 코끼리, 치타 등과 사람들이 어울린 사진 앞에서였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인가 싶었더니 살길을 찾는 몸부림이었던 게다.
Najin and people in fog_Kenya_2020_107x271cm/ Nick Brandt의 'The Day May Break 생존의 나날' 시리즈 중 하나다. 이는 환경 악화와 파괴, 그리고 기후변화로 영향을 입은 사람들과 동물들을 담는 글로벌 시리즈로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기후 환경 사진 프로젝트
‘Confession to the Earth’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 작품 모두 그랬다.

Futuristic Archaeology_Mongolia_2014_100x150cm./ 몽골의 공간을 박물관에 재현된 전시 공간처럼 구현한 뒤 실제 몽골의 유목민과 그들의 가축을 촬영한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에 사막화로 인해 몽골의 전통적인 삶이 더 유지되지 못하고, 박물관에서만 마주하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PENALTY, EUROPE_420x593cm/ Mandy Barker의 'What Lies Beneath 바다를 뒤덮은 존재' 시리즈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대중들과의 협력이 담겨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럽 내 23개의 국가와 섬, 104개의 서로 다른 해변에서 62명의 일반인이 수집한 633개의 축구공과 조각들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이 전시를 엮은 석재현 예술 감독에게 전시 기획 의도를 물었다.
“2020년 부산국제사진제 예술감독으로서 인류세 주제전을 열었어요.
다시 말해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을 주제로 대규모 전시를 엮은 거죠.
제가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우리가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부분,
즉 인간과 사회에 관심을 가져왔었거든요.
사실 다른 시각 예술보다 사진이 분명히 이 부분에 역할을 해야죠.
그 역할을 위해 이번엔 세계적인 다섯 작가를 모아 사진전을 연 겁니다.”

Onnie and Keanan on Seesaw, Fiji, 2023, 102x135cm/ Nick Brandt의 'SINK / RISE' 시리즈로 피지섬 연안의 수중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 속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집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대변한다.


Coal Mine near Welzow, Brandenburg, Germany_2019_150x200cm/ Tom Hegen의 'Human Impact through Abstraction 인류가 빚어낸 추상' 시리즈 중의 하나다. Tom Hegen의 이 시리즈는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로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지배적 영향력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석 감독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사회를 위해 활동한 사진가였다.
이 활동으로 인해 중국에서 수감 생활까지 했다.
탈북자 인권 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갔던 2002년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대학교수였으며 뉴욕타임스 객원기자였지만,
직접 눈으로 실상을 보고 기록하겠다는 의지로 간 터였다.
결국 그는 여기서 탈북자를 돕다가 구속되고 18개월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위험하고 합법적이지 않다고 눈 감고 피할 수만 없었죠”라고 했다.

석 감독은 이때의 수감 생활이 죽기보다 힘들었노라 고백했다.
석방 후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다가
결국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인간과 사회를 위한 일을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2006년 ‘대구사진비엔날레’ 기획이었다.
“우리나라는 모든 문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잖아요.
지역에도 이런 문화 풍토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어 기획했죠.”

석재현 예술 감독은 사진이 우리 인간에게 끼치는 선한 영향력을 알리고, 또 나아가 사진이 존중받고, 그 행위를 하는 창작자인 사진가들이 존중받도록 중간 역할을 하는 게 전시기획자라고 했다. 이것이 소임이기에 그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돌며 전시를 열고 있다. 오는 8월 24일엔 부산 국제사진제에서 '한여름 밤의 꿈'이란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는 그가 사진가로서의 길보다 전시 기획자로서의 길을 연 계기였다.
이후 ‘부산국제사진제’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사진이 우리에게 끼치는 선한 영향력 알리는 게 기획자로서 소임이기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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