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의 과학 산책] 루소의 에밀, 시공간으로의 초대
자연은 알다가도 모를 일, ‘자연스러운가?’라는 질문은 실로 난제다.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점을 지나 주어진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 있다는 주장은 자연스러운가? 기원전 3세기, 유클리드는 이 주장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증명이 안 되자 약속하자고 했다. 이를 ‘평행 공리’라 한다. 그래도 의심스러웠던지, 유클리드 시대 이래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평행 공리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았다. 1831년, 헝가리 수학자 야노시 보여이(1802~1860)의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야 이 시도는 멈췄다. 야노시의 아버지인 볼프강 보여이(1775~1856)도 평행 공리 증명에 일생을 바쳤다.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그의 회한이 느껴진다. “나는 이 죽음의 바다의 모든 암초를 지나 항해했지만, 항상 부러진 돛대와 다 찢긴 돛을 단 채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볼프강은 장 자크 루소가 쓴 책 『에밀』의 교육방식으로 어린 야노시를 교육했다. 즉, 놀이와 자연 예찬에 중점을 두고 공부보다는 주로 운동·음악 등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청년 야노시는 평행문제를 고민하다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어린 시절 루소주의(Rousseauism) 교육을 하셨듯, 자연에 폭력을 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자연을 맹목적인 공상으로 얽매지도 말아야 합니다. 자연을 그저 자연스럽게 대해야 합니다.” 야노시에게는 평행 공리가 몹시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오히려 평행선이 여러 개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그는 새로운 우주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인류 지성사 최고의 상상력. 마침내 평행선이 여러 개 존재하는 쌍곡 기하학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노시 보여이의 이 발견은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했으며, 오늘날 우리를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의 세계로 안내했다. 원초적으로 보면, 루소의 에밀이 초대장을 보낸 것이니, 새삼 에밀의 교육이 경이롭다.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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