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개발 나선 폭스바겐, ‘제2의 테슬라’ 리비안 손 잡는다
완성차 업계 합종연횡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는 미국 전기차 회사 리비안에 50억 달러(약 6조9600억원)를 투자한다. 일본 혼다와 닛산도 지난 3월 전기차 부품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동화 시대를 앞두고 완성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리비안에 총 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먼저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다. 무담보 전환사채 인수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취득 후 폭스바겐은 4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리비안과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리비안의 최대 주주는 아마존으로 주식 16%를 보유 중이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은 “합작회사를 함께 통제하고 소유할 것”이라며 “차량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배터리로 구동되는 차량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 R.J. 스캐린지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에 성공하며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GM과 포드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 픽업트럭 판매량을 늘리는 데 실패하면서 리비안은 지난 1분기 14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직원 10%를 감원한 데 이어 4월에는 지원 부서를 중심으로 인력의 1%를 추가로 감원했다.
스캐린지 CEO는 “폭스바겐의 투자가 현금 흐름을 긍정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부터 일리노이 공장에서 소형 R2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늘리고 조지아주 공장에서 중형 전기차 플랫폼을 생산하는 데 이번 투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리비안 투자는 사실상 서로에게 윈윈이란 평가를 받는다. 리비안은 폭스바겐의 대규모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대량 생산과 품질 관리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이 원가 절감으로 차량 가격을 내린다면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폭스바겐은 그룹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 현재 SDV 생산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테슬라로, 리비안 역시 전기차 픽업트럭을 실시간 업데이트 가능한 SDV로 생산 중이다. 생산 기술력을 가진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확보할 기회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는 “양사의 협력을 통해 차량에 대한 최고의 솔루션을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일본에서도 진행 중이다. 일본 2, 3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지난 3월 전기차와 차량 소프트웨어 등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차량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이례적인 협력은 중국과 미국, 유럽 업체보다 전기차 전환이 늦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또 세계 1위인 토요타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밖에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는 2025년부터 부산 르노코리아자동차 공장에서 전기차 신모델을 생산하는 등 완성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환기에 천문학적 개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실패 위험성도 나눠 갖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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