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국 대표 ‘스타’ 바이오주...알테오젠, 넌 누구냐 [스페셜리포트]
“주가가 60만원을 넘어갈 때까지는 무조건 톱픽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가 알테오젠을 두고 한 얘기다. 물론 개인 의견이다. 주가 그래프를 보면 “더 오른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알테오젠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 바이오주가 됐다. 지난 2022년 10월 알테오젠 주가는 2만7000원에 불과했다. 1년 8개월 흐른 지난 6월, 29만1000원을 찍었다. 무려 10배가 뛰었다. 지난해 코스닥 시총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알테오젠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2위(13조5529억원, 6월 19일 기준)로 올라섰다. 코스닥 1위인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시가총액 18조9832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알테오젠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나길래, 시장성이 얼마나 좋길래 증권가에서 호평하는 것일까.
‘머크’도 홀린 바이오베터
알테오젠, 어떤 기업이길래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 알테오젠은 2008년 설립됐다. LG화학(옛 럭키화학) 연구원과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거친 박순재 대표가 설립했다. 알테오젠의 경영 전략은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임상 개발에 나서는, 통상적인 바이오텍 상업화 전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약이 아닌 ‘바이오베터(제형을 바꾸거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개발에 힘을 썼다.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선 셈이다.
확실한 방향성에 힘입어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로 불리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쉽게 말해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기존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투약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피하주사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는 피하 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형태다. 정맥주사보다 체내 흡수 속도는 느리지만 투약 시간이 짧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늘다 보니 빅파마도 기존 치료제를 SC 제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할 정도다.
증권가와 바이오업계는 피하주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최근에는 항암제에서도 피하주사 선호 현상이 감지된다.
미국 빅파마 머크(MSD)도 자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만들기 위해 알테오젠을 찾았다. 알테오젠은 2020년 6월 머크와 ALT-B4 계약을 맺었다. 다만 당시 계약은 비독점 방식이었다. 머크는 계약 이후 꾸준히 알테오젠의 기술이 경쟁사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결국 비독점 계약을 ‘독점’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됐고, 올해 2월 계약이 이뤄졌다.
계약 변경으로 알테오젠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일단 계약금(signing fee) 2000만달러(약 266억원)를 손에 쥐었다. 또 머크 키트루다SC의 품목허가와 특허 연장, 누적 순매출 등에 따라 4억3200만달러(약 5767억원)의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지급료)도 받을 수 있다. 최종 마일스톤 대금 수취 이후에는 키트루다SC 판매 금액(순매출)의 일정 비율을 판매 로열티(수수료)로 받는 조건도 추가됐다. 앞선 계약 과정에서 확보한 마일스톤을 더하면 1조4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증권가가 알테오젠을 다시 주목하는 것도 머크와 관련 있다. 머크는 전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키트루다가 획득한 적응증, 쉽게 말해 효과가 입증된 분야의 경우 추가 임상 없이 모두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하주사 활용 범위를 확장하면 알테오젠 기술 이전 로열티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머크는 키트루다를 대체할 면역항암제가 없다는 점과 피하주사 제형을 활용한 암 시장 공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체 의약품·복제약 기대감
안정적 매출원 확보 노력도 지속
잘나가는 알테오젠도 고민은 있다. 안정적인 매출원이 없다는 점. 기술 수출 규모가 크지만 단계별 마일스톤 입금으로 유동적이다. 이 같은 고민의 바탕 위에 알테오젠이 내놓은 게 자체의약품 ‘테르가제(ALT-BB4)’다.
테르가제는 히알루로니다제 완제품이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 속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단백질로 필러 부작용 치료나 안과 수술 보조제 등에 사용된다. 기존 히알루로니다제는 소 또는 양의 조직에서 추출해 만들어졌다. 단백질 내 불순물로 인해 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테르가제는 이와 달리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다. 순도가 높고 면역원성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기존 제품보다 적다는 게 알테오젠 설명이다. 또 동물에서 소량 추출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배양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알테오젠은 2020년 12월 국내 임상 1상을 신청하고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알테오젠은 이르면 올해 6~7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출 구조에도 한층 안정감이 더해질 전망이다.
알테오젠은 올해 1분기 349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기술 수출을 기반으로 한 기술용역수익은 전체 91.6%에 해당하는 319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액의 86.3%가 기술용역수익이다. 기술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시장에선 이를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테르가제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통제 가능한 매출이 발생한다.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1조원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가 목표다. 알테오젠은 국내 품목허가를 인정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내 일부 국가 등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방침이다.
자체의약품을 내놓으며 마케팅 역량도 키우고 있다. 자체의약품 판매는 실질적인 제약 영업이 필요한 분야다. 올해 2월 알테오젠이 자회사 ‘세레스에프엔디’와 ‘엘에스메디텍’을 합병한 배경이다. 알테오젠은 두 회사를 합병해 알테오젠헬스케어를 출범시켰다. 알테오젠 측은 “알테오젠헬스케어는 기존 영업·마케팅 조직을 재편·보강해 테르가제 등 알테오젠 제품의 국내외 영업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테오젠은 자체의약품과 같은 맥락으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까지 영역을 넓혔다. 시장 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안과질환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일리아는 미국 리제네론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안과질환 치료제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만 93억6000만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할 만큼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
다만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전 세계를 통틀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공식 선언한 기업만 10곳이 넘는다. 이 중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알테오젠, 삼천당제약, 로피바이오 등 국내 기업만 5곳이다. 여기에 원개발사 리제네론이 공격적인 방어 전략을 세운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리제네론 매출 70% 이상이 아일리아 판매로 발생하는 만큼 바이오시밀러에 자리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알테오젠이 개발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는 현재 자회사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12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3월 내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늦어졌다. 다만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알테오젠 측 입장이다. 유럽과 미국 내 특허 만료 시점이 각각 2025년, 2027년인 만큼 그에 맞춰 상업화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 선순환”
오를 만큼 오른 것 같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6월 14일 알테오젠 목표주가를 30만원 커버리지(종목 분석) 개시했다. 알테오젠과 독점 계약을 체결한 머크가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알테오젠 기술을 적용한 키트루다SC를 기존 제품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상승동력이 더 커졌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머크가 알테오젠 없이 개발하던 키트루다SC 저용량에서 사망 위험이 18.4% 증가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 결과를 얻었다”며 “알테오젠 기술이 적용된 것과 크게 상반돼 알테오젠과의 독점 계약이 불가피했고, 향후 알테오젠과의 협력 관계가 더 끈끈해지리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키트루다SC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25년 초 결과가 나온다. 그는 “경쟁 면역항암제인 티쎈트릭SC가 시판 중이며 옵디보SC 허가가 진행 중이라 머크는 키트루다SC의 임상 결과를 수령한 후 빠르게 허가 신청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키트루다SC 출시는 2026년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 판매에 따라 매출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다.
엄민용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 매출 40억달러마다 마일스톤을 수령한다. 첫 인식 시점은 2026년 3분기로 약 3500억원이 예상된다. 2027년 중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마일스톤을 전부 수령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 매출액에 따른 4% 로열티를 받는다. 엄민용 애널리스트는 “알테오젠은 해외 기술 이전을 통해 얻은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재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며 외형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알테오젠의 주가 가치는 키트루다SC에 대한 독점 계약으로 미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추가적인 기술 이전에 따라 기업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다”며 “피하주사 제형의 짧은 투약 시간과 부작용 개선 등이 확인되면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둘 떠나는 창립 멤버
‘창업주’ 리스크 현재 진행형?
다만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알테오젠은 예상 못한 변수로 주가가 떨어지곤 했다. 지난 3월 알테오젠 공동창업자이자 박순재 대표 아내인 정혜신 전 사장의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가 대표 사례다. 당시 정 전 사장은 16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19만7770원. 직전 거래일 종가에서 9.9% 할인된 가격이었다.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3월 26일 종가 기준 21만9500원이던 주가는 우하향해 4월 17일 16만8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한동안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고 6월 들어 20만원대를 회복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된 사례라는 사실이다. 정 전 사장은 회사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20년 9월 블록딜로 보유 주식 5만주를 외국계 투자회사에 넘겼다. 당시 회사 주가는 머크와 기술 이전 계약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정 전 사장 블록딜 여파로 하락세가 시작됐고 주가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회사 주가가 고점을 기록 중인 시기 정 전 사장의 블록딜로 인해 큰 폭의 하락이 반복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박순재 대표의 엑시트도 걱정하는 눈치다. 이에 박 대표는 지난 3월 입장문을 내고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회사를 떠난 정 박사의 지분 매각은 개인 판단에 따라 이뤄져 회사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다.
주요 인력 이탈도 우려할 대목이다. 1세대 바이오텍인 만큼 창립 멤버가 ‘나이’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말 공동 창업자 정 전 사장이 물러났다. 창립 멤버이자 연구기획을 총괄한 이상미 전무도 올해 3월 말 회사를 떠났다. 이 전 전무는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연구원을 지냈다. 2008년 알테오젠 창립 멤버로 합류해 16년 이상 근무했다. 새롭게 영입한 임원 중 일부도 안착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입사한 김중원 부사장과 문승기 전무는 같은 해 12월 말 퇴직했다. 각각 전략기획과 연구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ADC SC 개발 속도…테르가제 1000억 매출 목표”
A. 시장 내 알테오젠 지위가 올라갔다는 점을 느낀다.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건 파트너사 입장에서 확실한 의지가 필요한 전략적 판단의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신중한 결정과 레퍼런스가 필요한데, 머크와의 독점 계약으로 알테오젠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본다. 시장에서 궁금해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는 건도 구체적 내용과 진행 단계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빠른 속도로 진전된 성과를 내고 있다. ADC 피하주사 제형 기술 수출을 위해 상대방과 협상하는 상황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Q. 테르가제는 현재 어느 정도 상업화가 진행됐나.
A.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 측에서 품목허가를 위해 요구한 자료 제출을 모두 완료했다. 현재 심의 과정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6월 중 허가를 기대한다.
Q. 테르가제 기대 성과가 궁금하다.
A. 가장 중요한 건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는 기존에 없던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내부에서는 2030년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삼았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중국 의약품 전시회(CPHI)와 올해 바이오 USA에서도 영업력을 갖춘 회사들과 긴밀하게 논의했다. 품목허가를 받고 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자회사 알테오젠헬스케어에 관련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중이다.
Q.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 알테오젠이 집중하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알테오젠은 독자적인 제형과 제법 특허 등을 마련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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