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반성 아니다" 황의조 형수 질타한 항소심 재판부
[김화빈 기자]
▲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
ⓒ 복건우 |
불법촬영물 유포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축구선수 황의조씨의 형수 A씨가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A씨의 반성문과 공탁까지 배척하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26일 오후 2시 선고공판에서 1심 징역 3년형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녹색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A씨는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피해여성 측은 "처벌이 강화된 판결은 아니었지만,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보낸 위로 편지"라고 말했다.
재판부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죄질, 갑작스런 자백, 보여주기식 반성문, 피해자 의사에 반한 기습 공탁 등을 지적하며 항소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 피해자 황씨와 합의한 점, (다른 피해 여성) B씨와 합의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A씨 범죄가) 비난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의 후속 조치들이) 반성으로부터 취하여진 조치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어 "황씨의 영상을 전파에 용이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게시할 경우 해당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피고인은 황씨와 B씨를 협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영상을 게시, 각종 SNS를 통해 국내외로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라며 "피고인이 범행과정서 작성한 메시지 내용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지속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확정적 고의로 범행을 감행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원심(1심) 3회 공판 기일에 이르기까지 (중략) 상당 기간 범행을 부인하였고, 수사 단계서 휴대전화를 의도적으로 초기화하여 증거 조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통상 유리한 정상으로 쓰이는 반성문도 재판부는 배척했다. 재판부는 "원심(1심) 제4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피고인은) 반성문을 제출하며 돌연 자백하였으나 사건 내용이 일부 축소 기재되어 있고, 반성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루어졌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A씨는 1심 재판 중이던 지난 2월 20일 자필 반성문을 내고 범행을 자백한 바 있다.
A씨가 또다른 피해여성 C씨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한 2000만 원 형사공탁과 영상 게시글 삭제를 위해 전문업체와 계약한 점 또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공탁에 대한 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하면 그 공탁 사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변호인은 유포된 영상이나 게시글 삭제를 위해 전문업체와 위임 계약을 체결한 사정을 주장하나 이로써 (피해자의) 실효적 피해 회복이나 피해 확산 방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년 6개월에서 5년 3개월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징역 3년)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 축구선수 황의조씨의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황씨 형수의 2심 선고 직후인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 김화빈 |
피해여성 C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가 피고인의 돌연 자백이 사실은 황씨의 이익으로 귀결된 것과 피해자의 애환과 2차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시했다"라며 "의사에 반하는 공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언급해 준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을 국가대표 축구선수 사건으로 배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건과 똑같이 대해줄 것을 사법당국에 바라왔다"며 "그동안 그렇게 되지 않아 피해자가 입장문을 내고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수많은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불법촬영 혐의 피의자이기도 한 황씨가 기소되지 않은 점 또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늑장을 부리지 않아 황씨가 함께 기소됐다면 유포자(형수)의 양형이 3년에 그치지 않을 수 있었다"며 "검찰은 하루빨리 황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기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황씨를 추가 소환 조사하는 데 4개월이나 걸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5~6월 자신을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황씨의 성관계 영상을 SNS에 올리고, 황씨와 영상 속 피해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A씨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촬영물 등 이용 협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 협박 등)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중국 수비 파울에 넘어진 뒤 일어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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