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리셀, 3개월 전 중대재해 대비 '안전관리 컨설팅'까지 받았다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사고 발생 3개월 전에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업장 내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정황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보다 실효성 있게 컨설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와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리셀은 지난 3월 28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한 차례 받았다. 참사가 발생하기 약 3개월 전이다.
해당 컨설팅은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민간협회에서 진행됐다. 공단에 따르면 5회차로 진행되는 위탁 컨설팅에선 안전보건관리체계 안내, 위험성평가 교육, 안전보건방침 및 안전보건목표 확인, 안전보건관리체계 요소 점검 등이 이뤄진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 대비하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컨설팅은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아리셀의 경우 자율신청 사업장으로, 1회차 컨설팅을 진행한 이후 2회차 일정을 앞두고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차례 컨설팅을 진행하고도 아리셀의 안전관리체계는 여전히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망자 대다수가 출입구 쪽이 아닌 반대편에서 발견됐는데, 이를 두고 사업장 구조 등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목숨을 잃은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 일용직이었던만큼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용직이라 해도 안전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리셀 측은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당국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3명에 대해 중처법 등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아리셀 등 5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중처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했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실제 2022년 사상자 8명이 발생했던 여천NCC 폭발 사고의 경우 대표이사 등 2명이 중처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지만, 검찰은 이들이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안전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등 안전·보건 의무를 지켰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경우 컨설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중처법 책임이 경감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중처법 전문 변호사는 “위험성 평가 실시, 반기 1회 점검 등 경영 책임자의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컨설팅만 받아놓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중처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실효성 있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배 의원은 “이번 참사는 충분히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인재(人災)”라며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안전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보다 실효성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리셀은 사고 19일 전인 지난 5일엔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안전 컨설팅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아리셀 임직원들을 상대로 화재 등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피 방법을 설명하고, 리튬의 특성과 사고 사례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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