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미래]"용산은 서울의 미래 플래그십…지역·산업 연결 필수"
박종현 이사 "도쿄 거점들 합친 면적, 연결과 혁신적인 콘셉트로 접근해야"
김선아 부회장 "소프트 콘텐츠 고민 필요, 가변적인 미래세대 고려해야"
김세훈 "도시 중심 비워낸 공간, 도시 매력 강화 역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미래 수요자인 글로벌 기업·국제기구 등이 도쿄에 허브를 두지 않고 서울을 선택할 수 있는 가치를 어필해야 한다."(박종현 노무라종합연구소서울 이사)
"21세기의 도시의 핵심 키워드는 네트워크다. 주변 도시와 협력해 시너지를 만들어야한다. 소프트 콘텐츠를 포함시키는 보완도 필요하다." (김선아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경쟁력은 곧 '연결'에서 나온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단순한 거점을 넘어 서울의 고차 중심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도 '연결'이다. 용산이 서울의 3도심(광화문·여의도·강남)을 넘어 국제업무 기능을 수행하려면 신산업 창출, 주변 도시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용산의 미래'를 주제로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2024 서울의미래 포럼'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쿄가 글로벌 도시 1위라는 목표를 수립했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용산이 그 중심이 될 것이고 그게 우리나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의 미래 플래그십, 혁신 콘셉트로 접근해야"
서울의 중심부에 50만㎡에 조성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도시 속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롯폰기힐즈, 아자부다이힐즈, 아크힐즈 등 도쿄의 주요 프로젝트를 모두 합한 면적에 서울의 미래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박종현 노무라종합연구소서울 이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단위는 개발사업 단위가 아니라 도시안에 도시를 만드는 것이고 미래 서울의 플래그쉽이 될 수 있는 장소인만큼 혁신에 가까운 콘셉트로 접근해야 한다"며 "도심 주거, 비즈니스 센터, 엔터테인먼트까지 다 포괄하는 몇 개의 도시가 결합된 모델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그레이터 시부야' 등 도쿄의 광역 개발 프로젝트들을 언급하며 개별 복합개발에 그치지 않고 주요 거점들을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보행 생활권 단위의 콤팩트시티를 만들어 성장시키고, 이후 도쿄도 차원에서 지역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다. 도시환경정비 이후 지역관리, 지역연결 작업 세 단계로 구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도쿄와 서울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교류가 일어나지 않으면 신산업이 창출되기 어렵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남산과 한강, 용산공원 등을 연결하고 확대해 국제업무지구의 미래상을 글로벌기업, 국제기구 등에 '서울의 미래' 모습으로 어필해야 한다"며 "국제도시 서울은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중심에 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미래상을 만들 때 국제업무지구와 연게한 주변 한강·남산·용산공원 재생과 더불어 지역적 차원에서 어떻게 연계할 것이냐가 사업 개발계획이 아니라 지역계획 차원에서 구체화될 때 보다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며 "새로운 가치를 상위 비전에서 설정하고,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극복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개발, '소프트콘텐츠'도 고려해야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각종 개발사업에서도 물리적 계획보다 실제 공간 이용자의 경험에 기반한 '소프트 콘텐츠'를 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아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는 "수많은 도시에서 21세기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기회를 놓쳤다"며 "용산의 경우도 그렇게 봤을 때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소위 '큰 그림'인 개발 계획, 설계 등보다 내부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업무지구,개발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 어떤 기업과 산업이 들어갈지, 누가 그 곳에서 일하게 될지 질문하는 것"이라며 "물리적 차원에서 용적률을 엄청나게 상향한 다음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물리적인 건물과 도시 공간 위주로만 생각하다 보니 상상력이 더 제한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림을 다 내려놓고 어떤 산업이 들어갈지를 생각하면,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와 계획가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내 법·제도상 개발 계획에서 물리적 뼈대를 먼저 짜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제도를 혁신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용산 철도정비창, 미군기지 등 대단위 개발 사업들은 도시를 비워낼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의 3도심을 넘어서는 최고차 중심지이자 여가공간으로 제 기능을 해낼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산 개발은 '비움의 미학' 만들 기회
김세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용산 개발은) 용산공원과 앞으로 생기게 될 국제업무지구의 외부 공간을 포함해 '도시의 침전물'을 근사하게 비워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도시들을 예시로 들며 '비워낸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언급했다. 뉴욕 메타와 센트럴파크,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콩코르드 광장, 보스턴 커먼 일대,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인근 등이다. 김 교수는 "이런 외부 공간들이 도시의 매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도시를 갔다 왔을 때 기억하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심지' 개발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도시의 중심지 계획을 할 때 무언가를 특화하려고 하거나, 채우려고 하는 관성이 있었던 것 같다"며 "특화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이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고, 부동산 시장이 바뀌거나 산업 혁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협소한 특화는 도시 변화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고 봤다.
구자훈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구상할 때는 앞으로 가야 할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해왔다"며 "사업의 성패는 토지매각, 부동산개발전략, 앵커(기업)들을 어떻게 끌어들여서 행정·재정적인 지원과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핵심일 것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유연하게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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