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공백 정부 탓" vs 복지부 "의사 진료거부 부당"
넉 달째 의대 증원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가 국회 청문회에서 만나 공방을 벌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 탓에 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료공백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이 향후 의사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정책이라면서 의료계 진료 거부는 부당하다고 맞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야당 주도로 추진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료 갈등이 커진 뒤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임현택 의협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게 아니다"면서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그러면서 "현 사태는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의료) 시스템을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복지부 차관과 공무원들이 (건드려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그간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을 의·정 갈등 원인으로 지목하며 파면을 촉구해왔다.
임 회장은 '파업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정부가) '당신들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에 자기가 있던 자리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미래가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이미 의료시스템은 무너져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도 "학생 숫자가 (의대별로)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을 때 교수 숫자나 교육병원의 규모가 미흡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교수진 숫자나 교육병원 규모도 상응하게 증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이 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수 차관은 "한국 의료의 그간 성과가 좋았지만, 최근 들어 제때 진료를 못 받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이런 문제를 의사 증원만으로 해결하려는 건 아니다. 다양한 대책을 통해 필수의료 과목들이 제대로 진료할 여건을 만들 수 있는 정책도 마련돼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휴진 등 진료 차질도 문제 삼았다. 박 차관은 '의사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에 진료를 거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료거부로 인한 환자 피해) 사안이 명백한 것에 대해선 사법당국에 고소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정치적 목적으로 졸속 추진된 것 아니냐는 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갑작스러운 증원이 아니고, 작년 1월부터 협의했다"(조규홍 장관)라고 반박했다.
조규홍 장관은 "세 명의 전문가가 독립된 연구를 했는데도 2035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며 "의대 교육 기간이 6년임을 감안했을 때 하루빨리 수급 균형을 맞추려면 5년밖에 없기 때문에 (한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숫자를 누가 결정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조 장관은 "제가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엔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전에 '오늘 2000명을 논의하겠다'고 사회수석실을 통해 연락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을 어떻게 복귀시킬지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행정처분에 관한 법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복귀자에 대해서는 처분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현장 의견이나 복귀 수준을 이달 말까지 보고 7월 초에는 대응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변화되는 상황을 보고 추가로 필요한 대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야당에선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00명이 그렇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필요한 숫자였다면 어떻게 확정한 지 두 달여 만에 4분의 1을 줄여버리느냐"며 "제가 보기엔 비과학적이고 그만큼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해 내년도 증원 규모를 1500명 수준으로 조정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의료 공백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이렇게 100일 넘게까지, 4개월 넘도록 의료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는 못했다"며 "빨리 이 사태가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것도 (증원이) 주먹구구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대로 예상을 못 했다는데,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국민 생명과 환자 안전이 장난인가"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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