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딸 어디에 있나”…장례식장 어딘지 몰라 발 구르는 유족
" 사촌 셋이 아리셀 공장에서 함께 일했어요. 그중 한 명만 빠져나오고 둘은 같이… " 26일 오후 2시 20분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경기 화성시청의 옥상. ‘화성 참사’ 희생자인 30대 여성 A씨의 삼촌 B씨(60대)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중국 국적의 A씨는 F-4(재외동포)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약 1년간 아리셀에서 근무해 왔다고 한다. A씨뿐만 아니라 그의 사촌 두 명도 함께 여기서 일했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 리튬 1차전지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졌다. 이중 한국인은 5명, 외국인은 18명이다. A씨와 그의 사촌오빠 1명도 함께 화마(火魔)에 휩쓸렸다. A씨의 부모와 친척들은 대기실에 모여 하염없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B씨는 “아직 조카딸(A씨)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누군가를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답답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실에 있는 다른 유족들도 B씨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중국 국적의 참사 희생자 박모(48)씨의 사촌 동생은 전날부터 담배를 거듭 태우면서 발을 구르고 있다. 그는 “사고 당일(지난 24일) 한밤까지 온 가족이 누나를 찾아다녔다”며 “그런데도 누나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대기실 문틈으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사니’라며 중년여성이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복도까지 새어 나왔다.
참사 희생자 23명의 시신은 장례식장 5곳에 나뉘어 안치돼 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이날 정오 기준 한국인 3명뿐이다. 나머지 20명의 유족은 어느 장례식장에 자신의 가족이 있는지 알 수 없어 일단 유족 대기실에 모여 있다.
고용노동부 지역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희생자 20명 중 8명에 대해서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검사가 이뤄졌다. 유족에게서 채취한 DNA와 시신에서 채취한 DNA를 대조하는 방식이다. 애초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어서 유족 DNA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국내 거주하고 있는 유족이 상당수 있다고 해 DNA 대조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화성시청 1층에 차려진 임시 분향소엔 유족과 시민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위패가 있는 공식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려면 유족의 동의가 필요해서 다소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은 유족 3명은 헌화 후 눈물을 쏟았다. 화성시청 인근에 사는 조문객 이춘화(55)씨는 “우리 식구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아미·박종서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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