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미친 여자라 했죠?" 의원 묻자…의협 회장 "표현의 자유"
“임현택 참고인, 저 기억하세요? 제가 21대 국회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죠.”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참고인 석에 세운 뒤 처음 한 말이다. 강 의원의 “왜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어요”라는 질문에 “그 당시에…”라고 기억을 떠올리던 임 회장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납니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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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미친 여자 왜 그랬나” 임현택 “유감”
강 의원의 날 선 질문은 계속됐다. “기억이 안 나세요? 당시에 제가 수면내시경 받으러 온 여성환자를 전신마취하고 수차례 성폭행한 의사가 평생 의사여야 하느냐는 (내용이 담긴) 논평을 냈어요. 예? 근데 당시 의협이 해당 의사에게 내린 징계는 고작 회원 자격정지 2년이었거든요? 관련 비판하는 논평을 냈는데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그랬어요. 관련해서 하실 말씀 있어요?”
임 회장이 “그 부분은 되게 중요합니다. 왜냐면”이라고 말하던 찰나, 강 의원은 임 회장 말을 끊고 “아니오.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한 거에 대해서 하실 말씀 있느냐고요”라고 다시 물었다. 임 회장은 “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그간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을 빚었던 임 회장의 공격적인 발언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청문회 준비하며 찾아보니 저는 약과”라며 “창원지법 판사에게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 했다가 고발당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조규홍 말을 믿느니 김일성 말을 믿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십상시(중국 후한 말기에 어린 황제를 조종해 부패 정치를 행한 환관 집단)라고 했다”고 사례를 나열했다. 이어 “(의협)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대한아동병원협회에는 ‘멀쩡한 애 입원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인데 사실 증인·참고인 명단 보면 임 회장 막말 청문회 진행해도 될 것 같다”라며 “판사·장관·차관·국회의원·동료의사 가리지 않고 (임 회장은) 막말 폭격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의 ‘교도소행 무릅쓸 중요한 환자 없다’ ‘구토 환자에게 어떤 약도 쓰지 말자’라는 최근 발언을 놓고서는 “(이런 말은) 국민에 대한 겁박”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임 회장을 향해 “의료계 목소리 들어달라고 발언하기 전에 본인 언행을 지켜보면서 상처받았을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진 건 그때였다. 임 회장은 “답변 드리면 됩니까”라고 했고, 강 의원은 “사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요”라고 몰아붙였다. 이 같은 대화는 두 번 반복됐다. 임 회장이 “국민이 가진 헌법상의 표현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어이없어하는 듯한 웃음을 보였다.
의료계 대표적인 강경파인 임 회장은 의료계에서 ‘프로 고발러’로 통한다. 2016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에 선출된 그는 지난 8년간 의료계에 비판적인 이들을 고소 또는 고발해왔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고소·고발 건수가 50건 가까이 된다고 한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 행사장에 허가 없이 진입했다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을 당한 채 끌려나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협의 수장으로서 대정부 투쟁을 이끌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전공의들과 교수님 등 전체 의사들을 악마화한다”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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