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진술 요약하고 형량도 제안”…판·검사는 지금 AI 도입중
인공지능(AI)이 판‧검사의 ‘박사 인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검찰과 법원, 학계와 산업계가 모여 AI의 법적 활용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6일 ‘2024년 리걸테크 AI 특별쇼(LTAS)’에 첫날 행사에는 원호신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허정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이성범 대검 정보통신과장 등이 참석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원호신 실장은 사법부가 현재 개발 중인 AI 모델을 소개했다. 유사 사건 판결문을 추천하는 시스템, 소송 당사자에게 소송 절차 등을 설명하는 ‘소송절차 안내봇’ 등이다. 당사자가 제출한 답변서, 준비서면을 분석해 첫 변론기일 전 조정‧화해 가능성 정보를 제공하는 ‘민사조정‧화해 예측 모델’, 문서에서 쟁점이 되는 문장을 판별하는 ‘주장 서면 쟁첨 추출 모델’ 등도 개발 중이라고 원 실장은 밝혔다. 판결문 오류를 발견하는 도구도 개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검찰도 AI 도입을 강조했다. 이성범 과장은 “2010년부터 사용 중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를 한 차례 진보시킬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AI를 활용한 차세대 킥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규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찾아주는 ’유사사건 수사서류 추천 서비스. 대화 녹음본을 문자로 바꿔주는 음성인식 조서 작성 지원 시스템, 대화형 챗봇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과장은 “유사 사건 추천 서비스를 통해 수사관은 피의자 조사 전 사전 질문 준비에 활용할 수 있고, 검사는 유사한 사건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참고해 적용 법조 확인을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서 작성 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엔 대량 음성 파일을 속기사가 확인해야 했는데, AI 시스템을 적용하면 파일 업로드만 하면 문자화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녹음본 운용에 대한 여러 절차가 있다면 양측 동의 하에 증거로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I가 결국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성어나 은어가 많이 사용되는 범죄 대화 선별이 현재 AI 기술로 쉽지 않아서다. 법률 문서 초안을 AI가 작성하더라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 과장은 ”결론적으로 생성형 AI는 법률 전문가를 대체할 수 없지만 노력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보조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 편향성, 환각현상(허위정보 생성), 알고리즘 불투명성, 개인정보 및 저작권 침해, 해킹, 변호사법 위반 등 AI 활용으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미국 AI 법 권위자로 꼽히는 제임스 베이커 시라큐스대 로스쿨 교수는 “AI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위험도 있다. 어떤 사건에서 딥페이크와 같은 AI증거를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며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와 통계적 편향을 식별하고 완화하는 것이 법조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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