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불법, 타투이스트 양산은 합법… 모순 속 피해는 소비자에게
타투이스트는 누군가의 꿈이다. 지난 2018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 조사에서 처음으로 타투이스트를 포함한 ‘뷰티 디자이너’가 희망 직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학교에서 6위, 고등학교에서 4위를 차지했다. 최근까지도 뷰티 디자이너가 순위권에 안착해 있다. 실제로 꿈을 이룬 사람들의 수도 많다. 한국타투협회 통계에 따르면 타투 업계 종사자는 22만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21년 기준 타투이스트를 35만명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꿈은 떳떳하지 못하다.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9년차 타투이스트 김모(37)씨는 “사회에 속해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타투이스트들의 불안한 삶 “언제 신고 받을지 몰라”
김씨는 “학창 시절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집에서 반대해 간호사가 됐다”며 “수술실 간호사로 일했는데, 나이와 함께 늙어가는 한 환자의 피부 위 그림을 보고 매력을 느껴 타투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내 작업물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는 고객을 볼 때에도 기분이 좋지만, 흉터 재건이나 유방암 치료 후 유륜 작업 등을 할 때 특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타투를 시작한지 4년차 돼 가는 박모(27·서울 중구)씨는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는 타투에 매료돼서 시작하게 됐다”며 “자해한 흉터를 감추기 위해 타투를 받으러 오는 손님이 왕왕있는데, 흉터를 덮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이 분산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흉터가 있더라도 이를 안고 앞으로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후기를 들을 때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은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김씨는 “한 손님이 단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가 일하는 숍을 불법 행위(타투)로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료 타투이스트들로부터 고객이 단순 변심이나 정신적 피해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백만원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듣는다”며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적은 없지만 나도 신고를 당할까봐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이들은 언제든, 몇번이든 신고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근무한다.
타투이스트들에게 해당되는 법망은 오히려 타투이스트들을 음지로 내몬다. 직업 선택의 권리는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납세의 의무는 지운다. 지난 2015년 ‘문신아티스트’는 ‘42299’라는 업종코드를 부여받았다. 번호 ‘930925’의 ‘문신업’으로 사업자등록도 가능해졌다. 등록하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코드로 공식 영업 신고는 불가능하다. 노동자로서의 보호나 제재 모두 받지 못한다. 오히려 사업자등록을 해 세금을 납부하면, 신고 당했을 때 징역형을 모면하기 어려워진다. 영리를 목적으로 타투 작업을 했다는 방증이 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보건범죄단속법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영리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타투 시술을 하는 건 문제가 되지만, 타투 시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건 가능하다. 타투 교육은 제도권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업태 ‘교육서비스’, 종목 ‘타투교육’으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을 수 있다. 실제 사람 피부에만 실습하지 않으면 된다. 타투만 가르치는 타투 학원도 있고, 네일·헤어·메이크업와 함께 타투 시술을 가르치는 미용 학원도 많다. 소셜미디어, 검색 엔진 등에 ‘타투 수업’이라고만 쳐도 손쉽게 학원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타투 수업을 하는 평생교육원도 있다. 계명문화대에서는 대학 최초로 ‘타투디자인과’를 전공으로 신설했다. 타투이스트 양성은 정부에서도 권장한 일이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발표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에서 정부 육성 지원 신작업으로 ‘문신아티스트’가 꼽히기도 했다.
타투이스트 교육은 합법인데, 타투 작업을 하는 건 불법인 모순에서 생기는 다양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타투이스트들이 있다. 제도권 안에 없다보니, 모든 행동이 개인 도덕적 기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이뷰티연합회 윤일향 회장은 “한국에서는 불법이다보니 워킹홀리데이 등 외국을 나가기 두세달 전에 간단한 작업을 배우고 나가, 미숙한 솜씨로 외국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타투이스트들 개인 실력으로 K-타투, K-반영구화장 등이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후속 처리도 못하는 미숙한 솜씨의 수강생들이 해외에서 건강권 훼손은 물론 국가적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 보호도 안 된다. 케이타투이스트협회 신정섭 회장은 “타투이스트 양산은 합법, 타투 작업은 불법이다보니 규제나 도덕적 기준에 둔감한 곳이 많다”며 “명확한 규제, 기준 없이 자체적인 틀 안에서 산업이 커지다보니 미성년자 수강생을 받거나,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작업에 나서는 등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윤일향 회장은 “실습 등을 위해, 타투를 받고 싶어하는 중·고등학생에게 부모 허락을 받지 않고 시술을 해주기도 한다”며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도 타투이스트를 제도권 안에 두고 해당 사례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눈썹 문신 등을 제도권 밖에서 작업하다가, 도를 지나쳐 실제 의료계에서 해야 하는 행위를 거리낌없이 하는 곳도 있다. 윤 회장은 “필러·레이저가 반영구 화장보다 수입이 크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의료행위를 스스럼없이 행하는 곳들이 생겨나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고 있다”며 “타투·반영구 화장을 제도권에 두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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