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기독교인들이 남몰래 하는 일

김지영 2024. 6.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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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택시 운전사] 무신론자인 내가 교회의 부흥을 원하는 이유

[김지영 기자]

 십자가
ⓒ Unsplash
 
"기사님 혹시 교회 다니세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택시에 오를 때부터 수고가 많으시다는, 요즘 듣기 힘든 인사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 본 택시 기사에게 저 말을 꺼내기까지 몇 분 정도 예열도 필요했는지 내게 이런저런 따뜻한 말을 보탠 후였다.

다닌다고 하면 어디 교회를 언제 어떻게 누구랑 다니고 있는지까지 검증할까 싶어 솔직하게 믿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신심이 정말 깊은 분이었는지 그런 나를 무척 안타까워하면서 내가 하나님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정성스럽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기사님 교회는 꼭 다니셔야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차 문을 닫으면서 남긴 그녀의 마지막 당부였다. 미안하게 그녀의 당부가 당장 지켜질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한국 교회에 대한 내 생각에는 지난 십여 년 사이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건 내가 딸을 입양한 입양가족으로 살아가면서 알게 된 진실 때문이었다. 

연재 글을 쓰기 위해 2014년부터 입양관련 취재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전에 무신론자인 나는 독재 권력에 부역하면서 쌓은, '재벌'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하는 대형교회 중심의 한국 기독교에 매우 비판적인 사람이었다. 

기독교가 불편했던 내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보도한 대한뉴스 제 1294호
ⓒ KTV 아카이브
 
산업화가 아닌 민주화 세대인 내 젊은 날의 기독교를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1980년 광주학살이 일어나고 석달 뒤인 8월 어느 날, 23명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국가보위상임위원장이었던 전두환을 위해 열었던 조찬기도회였다. 당시 녹화 방영되었던 흑백텔레비전 첫 화면에 국가수반이었던 최규화 대통령을 제치고 이런 제목이 흰 글씨로 선명했다.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기도회'.    

최루탄 가루가 흩날리는 거리에서 20대를 보낸 우리 세대에게는 살인마 전두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암울한 신호였다. 거기, 나라를 대표하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시절은 바뀌고 시대가 변하는 동안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지만 기도회에 대한 잔상은 오래 남았다.

이전부터 내 삶은 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30년 권사를 지냈던 어머니의 손에 끌려 청소년기에 3년을 교회에 다녔었다. 하지만 그때도 남들 다 하는 기도는 끝까지 어색했고 출석 일 년이면 받을 수 있다는 세례도 차마 양심에 걸려 손을 들지 못했다. 나중에 죽어 지옥 불에 떨어진다 해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도무지 신이라는 존재의 객관적 실체를 믿을 수 없었다.

세상을 만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어쩌면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나는 그런 종류의 믿음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는 기독교가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다시 기독교를 일상으로 마주쳐야 했는데 2014년 입양 관련 취재를 시작한 직후부터였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기독교가 있었다. 먼저, 2023년 8월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기획에 나타난 우리 사회 입양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강의 요약을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는 입양자녀와 입양가족에 41%가 부정적이다. 개인은 입양에 대해 44%가 긍정적이라고 말했지만 사회 인식에 대해서는 20%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71%는 우리 사회가 입양자녀 살기에 힘든 사회라고 답했고, 연령대가 낮을 수록 또 입양에 부정적일수록 '해외 입양이 오히려 아이 입장에서 더 좋은 선택지'라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개인은 입양에 비교적 긍정적이지만, 사회는 입양에 확실하게 부정적이다. 

1999년 입양가족 자조모임인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처음 공개입양운동이 시작된 지 24년이 지난 시점의 여론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서 입양이 긍정적 문화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더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는지 그저 아득할 뿐이다. 

"한 사회의 도덕성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알 수 있다." 반나치운동을 하다가 1945년 4월 독일의 수용소에서 교수형을 당한 독일 루터교 목사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이다. 

부모없는 아이들에 대한 공적 보호조치는 세 갈래로 나뉘는데 정책 방향은 가정형 보호의 최우선인 입양이 먼저 고려되고 그 다음이 가정위탁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시설보호를 국가는 명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다양한 협약등으로 공유하고 약속하는 보편적 가치다. 하지만 현장은 행정이나 절차등에서 여러모로 간단하고 편리한 시설보호를 선호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입양을 보내는 현실이다. 

이는 2022년 보건복지부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보호대상 아동이 2289명이었는데 이 중 시설로 간 아이들이 82%인 1881명, 33%인 772명은 가정위탁, (입양 전 위탁을 포함한) 입양은 7.2%인 166명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보호대상아동의 가정보호 활성화 방안 연구. 2023.08)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양육시설, 그룹홈 및 기타 시설 등에서 보호되는 아동의 규모는 아동 십만명 당 188명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가정위탁에 보호되는 경우 보다 1.45배 가량 더 높은 수치이다. 이를 UNICEF 데이터베이스에서 취합된 국외의 시설보호율과 비교해 보면, 전세계적으로 아동 십만명 당 105명이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한국은 이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북미(77명)의 2.5배 수준이며,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균보다도 더 높은 편이다(UNICEF, 2023)." 

이는 투표권도 없고 그걸 대행해 줄 부모도 없는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 공적 체계와 도덕성이 그대로 현실에 투영된 결과다. 게다가 입양 다음으로 선택되어야 할 가정위탁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받아 줄 위탁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이나 인프라 모두 아이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것도 부모조차 사라진 아이들이다. 

입양의 출발은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아이들이다.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아이들은 태어남도 부모의 사라짐도 자기 선택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기본적인 돌봄조차 안되면 당장 죽을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를 통해 들여다보면 '부정적'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입양을 그 출발부터 취재하기 시작했다. 부모없는 아이의 발생부터 보호조치 완결까지의 과정을 '한 땀 한 땀' 살펴보는데 앞서 기술했듯 공적 체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그 구멍을 민간에서 겨우 안간힘을 써서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이른바 하나님의 자녀들이었다. 

'하나님 자녀'들의 본분... 성경에 답이 있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남모르게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
ⓒ pexels
 
한국 내 입양 부모 중 기독교인 어머니의 비율은 전체 92.2%이고 이중 개신교가 78.9%이며 아버지가 성직자인 경우는 17.7%라고 2009년 1월 29일 <크리스찬투데이>가 썼다. 근거는 한국입양홍보회의 '입양아동 발달에 관한 종단연구 발표' 논문이었다. 

이는 내가 지난해에 입양기관 실무자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과 비교적 유사한 수치다. 그들은 현장에서 만나는 입양부모들 중 기독교인이 대략 60% 이상이고 사회적 동기, 그러니까 부모 없는 아이들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입양하는 부모들이 10~20% 사이, 그리고 나머지가 천주교를 비롯한 타 종교거나 무교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공개입양이라는 화두를 처음 던진 '한국입양홍보회'는 정관 첫머리에 기독교 정신을 공개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단체가 아니었으면 혈연중심의 가족주의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입양을 비밀이라는 말 안에 감추고 숨겨야 할 음습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을지 모른다. 

시설의 대안인 위탁가정도 비슷한 경우다. 위탁가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조손가정이 대신하는 대리양육이 있고 친인척이 하는 위탁 그리고 비혈연인 일반위탁이 있다. 혈연을 전제로 하는 대리양육이나 친인척을 제외하면 엄격한 의미의 가정위탁은 일반위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비율이 겨우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위탁가정조차 기독교 비율이 아동권리보장원 자료(가정위탁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종교가 파악된 가정 분포에서 54%로 절반을 넘었다. 궁금했다. 왜 하필 기독교일까? 그래서 다른 자료를 더 찾았다. 

2022년 <세계일보>기사 '해외 입양 세계 7위에서 3위 반등'을 보면 2020년 기준 국제입양 수령국 현황 자료(ISS 제공)가 있다. 그러니까 아동을 해외 입양으로 받아들이는 국가를 말한다. 자료에 있는 상위 10개 국가의 종교를 찾아봤다. 

국제입양 수령국 현황(국가, 인원, 종교 순) / 종교 비율은 영문 위키백과 참조

1. 미국 1622명 개신교(34%) 가톨릭(23%) 
2. 이탈리아 669명 가톨릭(74%) 
3. 캐나다 416명 기독교(53.3, 이중 가톨릭은 29.9%) 
4. 프랑스 244명 가톨릭(47%) 
5. 스페인 195명 가톨릭(52%)
6. 스웨덴 92명 루터교(53.2%)
7. 네덜란드 70명 무교(58%) 가톨릭(17%) 개신교(13%)
8 벨기에 53명 가톨릭(44%)
9 노르웨이 41명 루터교(68.68%)
10 스위스 38명 가톨릭(32.1%) 개신교(20.5%) 

가톨릭과 개신교가 절대적이다.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종교세까지 거두는 루터교는 개신교라 할 수 있고, 가톨릭과 개신교는 하나님과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세상에 그 많은 종교들 중에 하필이면 이들이 그러는 이유는 무얼까? 이번에는 이들 종교의 근간인 성경을 찾았다. 그리고 거기에 답이 있었다. 

- 신(신명기) 10:18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 신 14:29 너희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헤위인과 네 성중에 거류하는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이 와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신 26:12 셋째 해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 네 성읍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신 27:19 객이나 고아나 과부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
-렘(예레미야) 7:6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지 아니하며 무죄한 자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 아니하며 다른 신들 뒤를 따라 화를 자초하지 아니하면
-슥(스가랴) 7:10 (여호와의 말씀이)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와 궁핍한 자를 압제하지 말며 서로 해하려고 마음에 도모하지 말라 하였으나

일부만 가져온 구절인데 구약과 신약성경 전반에 걸쳐 고아와 과부에 대한 말씀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는 부모없는 아이와 혼자 남은 여자들이다. 그런 아이와 여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일이 하나님 자녀들의 본분임을 성경에서 반복하고 강조하면서 말하고 있었다. 

무신론자인 나, 작은 교회들의 부흥을 원한다
 
 작은 예배당
ⓒ Unsplash
 
그리고 우리와 가까이 이웃하며 살아가는 많은 신도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위탁부모로 입양부모로 또한 미혼모의 후원자로 성경의 말씀을 조용히 실천해 오고 있는 중이었음을 취재를 하면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가는 곳 어디에나 있었다. 

공개입양 운동 25년이 되는 올해도 여전히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시설은 가까이에 있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복잡하다. 그 아이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은 사회적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이다. 위에 언급한 <세계일보> 기사에서 2020년 기준 국제입양 수령국 명단 아래에는 국제입양 송출국 명단이 바로 보인다. 거기 우리나라는 콜롬비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 그 해 우리나라에서는 4120명의 보호아동이 발생했고 이 중 492명이 입양되었다. 하지만 492명 중 국내 입양은 260명에 그쳤고, 우리 사회가 해외로 비행기를 태워 보낸 아동이 232명이었다. 

해외 입양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근본적으로 해외 입양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 입양이 안 되기 때문이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에 비유하자면 아직 우리 사회는 겨우 200여 명 아이들도 품지 못하는 수준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대형 교회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 개신교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과 불편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무신론자인 나는 우리 주변 곳곳에 조용하게 서 있는 작은 교회들의 부흥을 원한다. 나에게 없는 하나님이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여전히 '아이들의 하나님'이 필요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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