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모르는 사람 있나요? 감독의 혁신적 촬영 기법
[양형석 기자]
3살 터울의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으로 구성된 코엔 형제는 <바톤 핑크>와 <파고>,<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인사이드 르윈>,<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만든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형제 감독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1회(1991년)와 심사위원대상 1회(2013년), 감독상 3회(1991,1996,2001년) 수상에 빛나는 코엔 형제는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예술영화 분야에 코엔 형제가 있다면 코미디 영화 쪽으로는 페럴리 형제가 유명하다. 1994년 <덤앤더머>를 통해 이름을 알린 패럴리 형제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날 미치게 하는 남자>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형 피터 패럴리는 2018년 영화 <그린북>을 단독으로 연출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 <매트릭스>는 국내에서도 1999년5월에 개봉해 서울 관객 89만을 동원했다.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천재 감독인가 '원 히트 원더' 인가
두 살 터울의 형제인 더 워쇼스키스는 1995년 실베스타 스탤론과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액션영화 <어쌔신>의 각본을 쓰면서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더 워쇼스키스가 쓴 각본은 각본에 참여했던 또 다른 작가 브라이언 헬겔랜드에 의해 대폭 수정됐다. 더 워쇼스키스는 이에 불만을 품고 각본 명단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지워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작가조합은 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더 워쇼스키스는 1996년 여성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성 위주의 누아르 영화 공식을 비튼 영화 <바운드>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바운드>에서 신인답지 않은 치밀한 연출로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은 더 워쇼스키스는 3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자신들의 인생작 <매트릭스>를 선보였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세 편에 걸쳐 개봉한 <매트릭스>는 6억3500만 달러의 놀라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하지만 <매트릭스> 트릴로지 이후 더 워쇼스키스의 행보는 그리 빛나지 못했다. 2006년 <브이 포 벤데타>의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더 워쇼스키스는 2008년 비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었던 일본만화 <마하GoGoGo>를 원작으로 한 신작 <스피드 레이서>를 선보였다. 하지만 1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스피드 레이서>는 전체관람가라는 유리한 등급에도 세계적으로 9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에 머물렀다.
비가 주연을 맡았던 <닌자 어쌔신>의 제작에 참여한 더 워쇼스키스는 2012년 톰 티크베어 감독과 함께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공동 연출했다(이 영화는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 역시 톰 행크스, 할리 베리, 수잔 서랜든, 휴 그랜트 등의 화려한 캐스팅에도 1억3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1억 달러에 달했던 제작비를 회수하는데 실패했다.
2015년 <주피터 어센딩>과 드라마 <센스8>을 연출한 더 워쇼스키스는 2021년 무려 18년 만에 <매트릭스>의 신작 <매트릭스: 리저렉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1억9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매트릭스:리저렉션>은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면서 1억5700만 달러 흥행에 그쳤다. 더 워쇼스키스는 <매트릭스> 트릴로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화계의 '원 히트 원더'로 전락하고 말았다.
▲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을 찍은 촬영기법은 당시로선 혁명에 가까운 신기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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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이었던 1999년에 개봉한 <매트릭스>는 가상의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SF액션 영화로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던 시각효과와 심오하고 철학적인 스토리가 맞물리면서 개봉 당시부터 크게 화제가 됐다. 실제로 <매트릭스>는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88%, 관객점수 85%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N포털사이트 기자 및 평론가 평점 8.75점, 관람객 평점 9.31점으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을 받았다.
<매트릭스>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는 영화 중·후반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가 존스요원(로버트 테일러 분)이 쏜 총알을 허리를 뒤로 꺾으면서 피하는 장면이다. 더 워쇼스키는 이 장면에서 한 화면을 전방위에서 동시에 촬영해 마치 멈춘 동작을 360도 방향에서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플로모션 기법'을 사용했다. 지금이야 스포츠 중계에서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이는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촬영기법으로 꼽혔다.
글로벌 영화정보 사이트인 IMDb에서는 역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화 250편의 목록을 공개하고 있는데 SF 액션영화인 <매트릭스>가 16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이는 엄청난 걸작으로 평가 받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8위)나 <양들의 침묵>(23위)보다 높은 순위다(참고로 한국영화 중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8.5점으로 34위에 올라있고 전체 1위는 9.3점을 받은 탈옥영화 <쇼생크 탈출>이다).
인류를 구원하여 시온으로 인도할 단 한 명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네오를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는 1994년 <스피드>를 통해 세계적인 액션스타로 거듭났지만 이후 <스피드>에 버금가는 대표작을 만나지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1998년 개봉작이 없었던 리브스는 1999년에 선보인 <매트릭스>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제로 브루스 윌리스와 존 맥클레인, 톰 크루즈와 이단 헌트처럼 키아누 리브스에게 네오는 한동안 분신 같은 이름이 됐다.
<매트릭스> 액션의 특징 중 하나는 서양배우들이 동양무술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형도수>와 <취권>의 감독이자 세계적인 무술감독 원화평이 <매트릭스>의 무술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원화평 감독은 동작이 큰 서양배우들에게 디테일한 대인액션과 퀵줌을 활용한 연출을 통해 <매트릭스>만의 멋지고 특별한 액션을 완성했다. 원화평 감독은 2003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에서도 무술감독을 맡았다.
▲ 일부 관객들은 주인공 네오보다 악역인 스미스 요원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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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에서 이름을 따온 모피어스는 구세주의 재림을 알리고 그 메시지를 통해 대중을 응집시키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A.I.에게 저항하는 인류가 건설한 지하도시 시온의 핵심요인이자 실질적인 리더로 네오가 구원자로 각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피어스를 연기한 로렌스 피시번은 <존 윅> 시리즈에서도 뉴욕 부랑자 집단 '바워리 패밀리'의 수장 바워리 킹 역을 맡아 키아누 리브스와 재회했다.
삼위일체의 영단어 트리니티에서 이름을 따온 트리니티는 A.I.에 대항하는 인간들의 테러활동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강한 여전사 캐릭터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블 드라마 <제시카 존스>에 출연했던 캐리앤 모스가 연기했다. 시리즈 내내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던 트리니티는 <매트릭스: 레볼루션>에서 네오에게 진심을 고백한 후 사망하지만 <매트릭스:리저렉션>에서 매트릭스를 유지할 목적으로 살려냈다는 설정으로 다시 등장한다.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를 제외하고 <매트릭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물은 바로 <트랜스포머>의 메가트론 목소리, <퍼스트 어벤져>의 레드 스컬로 유명한 휴고 위빙이 맡았던 스미스 요원이었다. <매트릭스> 3부작의 메인빌런이자 네오의 영원한 숙적 스미스 요원은 영화 후반 각성한 네오의 공격을 맞고 온 몸이 박살 나지만 3편까지 꾸준히 출연하며 네오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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