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 '족쇄’ 풀린 K9 자주포, 7년 만에 서해서 불뿜었다…北, 사흘 연속 오물풍선 부양
군 당국이 26일 연평도·백령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7년 만에 대규모 포병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정부는 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대응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을 모두 중지한 데 따라 전방 지역 실사격 훈련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군 당국에 따르면 서해 접적 지역을 방어하는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는 연평도·백령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K9 자주포 40여대 등을 동원한 포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천무 다연장 로켓,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 등도 동원, 약 1시간에 걸쳐 총 290여 발을 쐈다고 해병대는 전했다. K9 자주포와 천무는 해상 특정구역을, 스파이크는 해상에 띄워둔 모의 표적을 겨냥해 사격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훈련이 실시된 건 201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 북한이 200여 발의 해안포 사격 도발을 하자 북측 수역을 향해 400발의 대응 사격을 한 적은 있지만,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군의 계획에 따른 실사격 훈련은 지난 7년간 없었다.
이는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 서북 도서를 포함한 서해 완충 수역에서 포 사격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조치였다. 군은 서북도서 해상훈련을 전면 중단하고 최소 단위의 육지 훈련만 진행했다.
합동참모본부 예규에는 사격거리에 따라 훈련을 A(사격거리 18㎞ 이상)ㆍB(5~18㎞)ㆍC(5㎞ 이하)로 구분하는데 9·19 합의에 의해 해당 수역에서 AㆍB 수준의 훈련은 불가능하다고 군 당국은 판단했다. K9, 천무 다연장 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등 훈련이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 K6 중기관총, 해상 벌컨포 등 기관총급 무기로 하는 C 수준의 훈련은 가능하다고 봤지만, 문재인 정부는 서해상 긴장 완화를 위해 이런 훈련도 육지로 옮겨 진행했다고 한다.
결국 서북도서 훈련은 포병과 장비를 육지로 빼내는 순환식 내륙지역 사격훈련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육지 훈련은 최대 사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는 데다 K9 등 주요 무기를 육지로 옮겨야 하는 비효율성도 문제였다. 인원과 장비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약 160억원에 이르는 추가 훈련비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기존 사격장을 훈련장으로 쓸 경우 내륙 부대의 훈련 계획을 조정해야 하고, 주민 민원이 발생하는 등 부수적인 문제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감행한 오물풍선 도발은 9·19 합의로 인한 이런 군의 족쇄를 푸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 2일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안을 심의·의결했다.
표현은 효력 정지이지만, 사실상 폐기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은 당시 “9·19 군사합의의 전부 효력정지 결정에 따라 그동안 제약 받아 온 MDL, 서북 도서 일대 우리 군의 모든 군사 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정례 해상 사격훈련을 계기로 화력운용능력 향상과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을 추구한다는 게 해병대 입장이다.
이 때부터 이 달 중 훈련 재개는 예정돼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번 훈련이 시기상 북·러 간 밀착을 통한 한반도 위협 고조 및 북한의 오물풍선 재살포, 탄도미사일 도발 등에 맞대응하는 성격도 띄게 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최근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해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사격훈련은 연례적이고 방어적 훈련으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국제참관단 참관 하 정전협정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사전 항행경보를 발령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며 “사격 전 안전문자 발송, 사격 당일 안내방송 실시 및 주민대피 안내조 배치 등 대국민 안전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최전방 지상 포병 사격 훈련도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훈련은 군사분계선(MDL) 5㎞ 이내에서 포 사격을 금지하기로 한 9·19 합의로 중단됐다.
정부는 넓어진 훈련 선택지에 따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상황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합의 이전 수준으로 다양한 전방 훈련을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북한군이 느낄 피로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날 한반도 상공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평가 받는 미 공군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도 떴다. 공군에 따르면 랩터를 비롯해 한국의 F-35A와 KF-16, 미 F-16 등 4·5세대 전투기 30여대는 이날 한반도 동쪽 지역에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해당 훈련은 양국의 대대급 공중훈련인 ‘쌍매훈련(Buddy Squadron)’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랩터가 우리 공군 전투기와 함께 훈련하는 것은 지난 5월 16일 이후 42일 만이다. 공군 관계자는 “적의 군사력이 아군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이를 지연 혹은 무력화시키는 항공차단작전(AI·Air Interdiction)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며 “KF-16과 F-16이 가상적기 역할을 수행하는 등 실전과 같은 임무 환경을 조성해 훈련 성과를 높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사흘 연속으로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합참은 26일 밤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추정)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현재 풍향이 북서풍으로 경기북부 지역에서 남동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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