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LTAS]AI가 바꾸는 사법의 미래…"최선의 도구, 법률가 대체는 'NO'"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위험성을 직시하고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찾는다면, AI 기술은 사법부에서 재판을 지원하는 최선의 도구로 포섭될 것입니다. 법원도 AI에 대한 적절한 활용 원칙을 수립하는 일이 필수불가결해졌습니다."
원호신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법률신문·메쎄이상 주최로 개최된 '2024년 리걸테크 인공지능 특별쇼(LTAS, Legal Tech & AI Show)'의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다 진화된 재판지원 도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다"며 "재판절차 및 심리 효율성 향상, 재판 안내나 문서작성의 정확성 증진, 법률서비스 접근성 개선, 리서치 비용 효용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법부의 AI 기술 도입 이슈는 이미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출범한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12일 회의에서 AI 도입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부의했다. 원 실장은 "앞으로 AI 시스템의 사법부 도입에 대해 법적, 윤리적 기준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법절차에 AI 기술 도입에 따른 우려도 여전하다. 데이터 편향성이나 개인정보 및 저작권 침해 문제, 보안이슈 등이다. 그럼에도 AI 도입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져 '리걸테크'라는 산업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원 실장은 "현재 (법원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에는 AI 모델을 적용한 빅데이터 플랫폼, 유사사건 판결문 추천모델, 소송절차 안내봇(챗봇)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사법부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법절차 전반에 대한 종합 리서치, 기록검토, 계산보조, 판결문 오류 발견 등에 전방위적으로 AI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AI가 법관을 가까운 미래에 대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AI에 의한 판결이 헌법에 명시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원 실장은 "AI는 신속한 재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지만, 결국 재판은 헌법에 의해 양심적으로 판단하는 법관에 의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인 검찰도 이 대목에서는 뜻을 같이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이성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보통신과장은 '생성형 AI의 검찰 사건처리업무 활용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 과장은 "(수사업무에) 생성형 AI 활용 가능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AI의 수사정보 요약 및 서류 초안 작성 등이 가능했지만 역시 사후적으로는 법률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했다"며 "기본적으로 생성형 AI는 법률전문가를 대체할 수는 없고 보조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올해 하반기에 AI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KICS는 2010년 8월 도입돼 올해로 14년째 사용 중이다.
이 과장은 "차세대 KICS의 가장 큰 특징은 형사절차를 완전히 전자화하는 것"이라며 "영장부터 수사단계 전 과정에서 '종이가 없어지는 것'을 주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판 검사도 종이 없이 태블릿PC로 공판업무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하반기 적용되는 AI 도입 서비스는 ▲유사사건 수사서류 추천 ▲음성인식 조서 작성 지원 ▲챗봇 등이다. 유사사건 수사서류 추천은 검찰에서 작성하는 조서나 결정서, 결정문 등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뒤 추천, 수사관 등이 서류를 작성하는 데 참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음성인식 조서 작성 지원은 수사기관의 조사자와 피조사자 간 문답을 실시간으로 텍스트화해 준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다루는 데다, 범죄 구성 및 소추요건 등은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AI 기술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검찰은 기본적으로 보안 문제로 자체 서버를 구축해 폐쇄망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며 "AI는 결코 법률전문가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서 신중하고 지속적인 AI 도입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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