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영상 유포·협박’ 형수, 항소심도 징역 3년…“진지한 반성 없어”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고 황씨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씨의 형수 이모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를 받는 이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황씨의 성관련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할 경우 인스타그램 특성과 황씨의 유명세로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협박하는 것에 나아가 끝내 게시해 영상이 국내외로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고인은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감행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상당 기간 범행을 부인했고, 수사 과정에서는 휴대전화를 의도적으로 초기화해 증거 조사를 방해했다”며 “4회 공판에 이르러 반성문을 제출하며 돌연 자백했으나, 반성문을 언론에 공개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2000만원을 형사공탁했으나, 공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등을 종합해 볼 때, 공탁 사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며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황씨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줬다고 주장한 혐의를 받는다. 또 황씨에게 '풀리면 재밌을 것이다', '기대하라'며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황의조의 사생활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면 무분별하게 퍼질 것을 알고도 협박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1심 구형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씨는 결심공판에서도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자분들께 큰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황씨의 촬영 피해자를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항소심 선고는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건넨 위로의 편지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며 “자백과 공탁의 성격을 상세히 언급해 주신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지금까지 걸어온 척박한 곳에서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국가대표라는 유명인의 견장을 떼고 다른 사건 피의자와 동일하게 대해 달라는 것으로, 검찰은 하루빨리 불법 촬영 혐의만이라도 기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부장검사 김지혜)는 지난 20일 황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이 송치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