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 채상병 사건에서 도이치모터스가 나온 이유
[임병도 기자]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단편적인 보도만으로는 뉴스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지러운 뉴스 속에서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드리겠습니다.
25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가 연관됐다는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채상병 특검과 임성근 전 사단장은 군 사망 사건과 관련됐는데, 왜 도이치모터스라는 단어가 나왔을까요?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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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임성근 전 사단장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수중 수색을 지시한 인물로 꼽힙니다. 그래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해병대 1사단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7월 31일) 오전 11시경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별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였고,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해서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 들었다."
여기서 VIP 격노설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도대체 임성근 전 사단장이 어떤 배경이나 인맥을 갖고 있길래 대통령이 일개 사단장 처벌에 이토록 격노를 했는가입니다.
군대에서 소장이자 사단장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장군이지만 3군(육군,해군,공군) 체계에서 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큰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더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배경이 궁금해졌습니다.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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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사활을 걸 정도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옹호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1일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아래와 같이 물었습니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임성근 증인께 짧게 몇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 있습니까?"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없습니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김건희 여사하고 친분 있습니까?"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전혀 없습니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김건희 여사와 본인은 어떤 관계입니까?"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관계없습니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천공은 알고 있습니까?"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모릅니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그러면 정권 차원에서 임성근 사단장을 지킬 이유가 없는데 이 점이 전 국민적 미스터리예요. 박지원 위원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대통령 국군통수권자 입장에서 보면 해병대 사단장 하나 지키려고 어쩌면 정권이 날아갈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 있는 이유를 몰라요, 궁금해요. 본인도 궁금하지요?"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본인은 궁금 안 합니까?"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저도 궁금합니다."
[정청래/국회 법사위원장] "그 궁금함, 진실의 문을 오늘 열려고 우리가 청문회를 하는 겁니다."
▲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국방대 총장,박진희 육군 56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민 전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증인 선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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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JTBC <뉴스룸>은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추진계획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를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JTBC에 따르면 2023년 5월 3일 모임을 주선한 인물이 '포항 1사단에서 초대한다'며 사단장 및 참모들과 1박 2일 골프 및 저녁 자리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꺼냈고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습니다.
이 대화방에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 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아무개씨와 해병대 출신인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 A씨, 현직 경찰 B씨, 변호사 C씨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④ 혹시 이아무개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구명 운동했나?
JTBC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임성근 전 사단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임도 이아무개씨의 일정 때문에 취소됐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단순히 해병 출신이라고 현직 사단장을 만나 골프를 치고 식사도 하는 모임을 계획할 순 없습니다. 사단장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거나 주변 인물 내지는 참모와 연락이 가능해야 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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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임 전 사단장과 이아무개씨, 김건희 여사가 연결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기에는 대통령이 일개 사단장의 일에 이토록 격노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해결되지가 않습니다.
지난 1일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날렸고, 육군 1사단장은 그 시각에 회식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됐습니다. 물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오물 풍선에 대비해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지만, 군 내부에선 풍선을 쏴서 떨어뜨릴 수도 없는 무대응 상황에서 휴일에 무조건 부대에 있어야 한다는 지시는 너무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또한, 이런 일로 사단장이 옷을 벗어야만 하느냐라는 볼멘 목소리도 있습니다.
20대 젊은 해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해병 1사단장은 무슨 까닭인지 대통령의 비호(?)를 받고 있습니다. 육군 1사단장은 회식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군에서 나와야 합니다.
모든 언론과 야당, 국민은 왜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감싸고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이치모터스 이아무개씨, 김건희 여사 등과 연루된 작은 단서를 파헤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미스터리는 아마 격노한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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