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임성근 구하기, 도이치 이OO 때문이었나

김도균 2024. 6. 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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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공범-임 전 사단장 관계, VIP 격노 설명할 단서될까

[김도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26일 오후 3시 30분]

"임성근 전 사단장과 골프를 치는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자"
"김건희 여사와 친분 있는 인사"
"해병대 출신"...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회자하던 이야기다.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받았던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브리핑이 하루 만에 취소되고, 경찰 이첩이 보류된 지난해 7월 31일.

규정에 따라 경찰 이첩을 했던 해병대수사단과 박정훈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및 보직해임, 군 검찰의 위법적 자료 회수가 벌어졌던 지난해 8월 2일.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태의 전개에 국민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격노했고, 왜 국방부 검찰단은 이미 경찰로 넘어간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자료를 되찾아와야만 했을까.

대통령 왜 격노했나 실마리

이후 군 형법상 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 공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주요 관련자 통신기록을 통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후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개입해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나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7월 28일 임성근 전 사단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고, 이런 내용이 언론에 최초로 보도된 날이 8월 2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해병대수사단이 조사기록을 경찰로 이첩한 날이었고, 박정훈 대령이 보직해임을 당한 날이었으며, 군 검찰이 경북경찰청으로 내려가 기록을 되찾아온 날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윤 대통령 본인은 물론 대통령실과 국방부, 경북경찰청 주요 직위자들 사이에 긴박하게 오고 간 통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도대체 왜 윤 대통령은 임성근 전 사단장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무슨 이유로 그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려고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일까 라는 물음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기서 이른바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설'이 제기된다.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어떤 인물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까지 구명 노력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의문을 완벽하게 해소해 주기에는 아직 빈틈이 있지만, 지난 21일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 특검 입법청문회가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박균택 의원= "이OO라는 인물을 압니까? 모릅니까?"
임성근 전 사단장= "모릅니다."
박 의원= "이OO라는 인물이 누군지를 모릅니까?"
임 전 사단장= "군인을 말씀하시는지."
박 의원= "민간인 이OO 모릅니까?"
임 전 사단장= "민간인 이OO는 모릅니다."
박 의원= "해병대 출신이고 본인하고 골프 모임도 자주 가진다고 했는데 모릅니까?"
임 전 사단장= "한 번도 골프를 친 적도 없고, 전혀 저 이OO는 모릅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김 여사와 친분 강조하는 도이치 공범과 골프 모임 추진 

박 의원이 언급한 이아무개씨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다. 지난해 2월 법원은 해당 사건 1심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2개가 이 전 대표의 블랙펄인베스트에 일임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명의의 또 다른 계좌 1개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혹은 이 전 대표에게 일임됐거나 이들의 적극적인 관여로 운용된 계좌일 수 있다고 봤다. 이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6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25일 JTBC <뉴스룸>은 이 전 대표가 임성근 전 사단장과 함께하는 골프 모임을 추진하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으며, 그가 평소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자주 언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임성근이 모른다던 도이치모터스 공범,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논의").

보도에 따르면 '멋쟁해병'이라는 이름의 단체 대화방에서 지난해 5월 "포항 1사단에서 초대한다. (중략) 해병 선후배와 사단장, 참모들과 1박 2일 골프모임을 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의견을 묻자 이 전 대표가 "오~"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병 1사단장은 임성근 전 사단장이었다.

이어진 메시지에서 모임 주선자로 보이는 인물이 "6월 2일과 3일 1사단 방문, 사단장 방문, 1일 차 운동" 등의 일정을 설명하자 이 전 대표는 "체크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이후 참석이 어렵다고 해 실제 골프 모임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다른 날은 어떨까? 골프모임이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었다면 다른 가능성은 없었을까?

해군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경기 용인시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성근 전 사단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단장 취임(2022년 6월 21일)직후부터 채 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8일까지 1년남짓한 기간 총 46회 해병1사단 포항체력단련장(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본부는 자료에서 골프장 이용 날짜와 성과 계급만을 공개했는데, 임성근 전 사단장으로 추정되는 소장 임**의 기록이다. 같은 기간 해군과 공군에는 임씨 성을 가진 소장이 없었고, 육군에는 임** 소장이 있었지만 근무지가 경기도로 나타나 포항 군 골프장을 이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돼 해당 기록은 임 전 사단장의 골프장 이용 기록과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소장 임**은 지난해 2023년 5월 27일과 6월 3일 포항 군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날짜는 jtbc가 공개한 카카오톡 캡쳐 화면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과의 골프모임 날짜 후보로 거론됐던 날짜다. 캡쳐 화면에는 "5.25,27,28, 6.2,3,4 중 포항1사단에서 초대합니다. 멋쟁해병선후배와 사단장 및 참모들과 1박2일 골프 및 함께하는 저녁자리를 같이하면 좋을 듯해서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이외에도 소장 임**은 거의 매주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연속(2022년 9월 26일~29일) 골프장을 찾은 적도 있었고, 3일 연속 골프장을 이용한 것이 두 차례(2022년 10월 1일~3일, 2023년 4월 6일~8일), 이틀 연속 찾은 적도 총 6차례에 달했다. 마지막 이용기록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하기 11일 전인 지난해 7월 8일이었다.  

부승찬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JTBC보도만 보더라도 임 소장과 이아무개씨의 친분이 상당해 보인 만큼 '임성근 구하기'에 이씨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라면서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이들 간 동반 골프든 이아무개씨와의 단독 골프든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해군본부에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 "뉴스 보고 알아... 이00 만난 적 없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임성근 전 사단장은 26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OO라는 분을 만나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골프모임이 추진되었다는 것을 이번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후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당시 A씨(주선자)가 해병대 선후배들과 골프 모임을 추진하면서 먼저 멤버 구성이 어느 정도 되면 저한테 연락을 취해 세부계획을 발전시키려고 했었는데 다들 일정이 달라서 결국은 더 추진하지 못했었다고 하며 그래서 저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 전 사단장은 이OO씨와의 관계에 대해 "골프 모임이 추진되는 자체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분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또 제 휴대전화에 그분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다. 이 부분은 공수처가 보관 중인 제 휴대전화를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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