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나 참았는데 더 기다려야”…참사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재개통 ‘무기한 연기’

박진호 2024. 6. 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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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재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유가족 "일부 구간 균열 관찰됐다" 주장


지난해 7월 침수사고로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궁평2지하차도 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참사 이후 1년 동안 개통을 기다렸는데 아직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충북도는 오는 30일 예정이었던 오송궁평2지하차도 재개통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개통 시점을 두고 논란이 있는 궁평2지하차도는 유가족 뜻을 받아들여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폭주하는 민원 상황을 고려해 정밀진단 후 조기 개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충북도는 지난해 7월 참사 이후 오송1교차로부터 옥산 신촌2교차로까지 4㎞ 구간의 도로를 통제했다. 이후 수해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진입 차단시설, 도로 전광판, 배수펌프 등을 설치했다. 이어 침수로 인해 낮아진 지하차도 벽면 보강 공사를 하는 등 재정비를 마치고 오는 30일 재개통을 예고했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현장점검 결과 오송역 방면 차단기, 차수벽 미설치 등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궁평2 지하차도 재개통 연기를 요구했다.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지난 22일 청주에 내린 22㎜ 남짓한 강수량으로 인해 (궁평2 지하차도 옆에 있는) 미호강 제방의 외벽이 깎이거나 흘러내려 갔고, 일부 구간에서는 균열도 관찰됐다”고 주장했다. 지하차도 구간에는 아직 차선도 그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하차도 하루 3만대 오가는 곳


지하차도 재개통이 무기한 연기되자 해당 도로를 자주 이용했던 시민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해당 지하차도는 청주와 세종을 잇는 도로로 하루 평균 3만 대가 통행한다. 우회 구간을 임시 개통했지만,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궁평2 지하차도가 있는 508번 지방도 청주 옥산~오송 구간 하루 통행량은 2020년 2만3800대, 2021년 2만7000대, 2022년 2만90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통행량은 지하차도 침수 이후인 7월 중순부터 통행이 금지돼 2만1200대로 다소 줄었다. 현재 하루 평균 통행량은 3만대가 넘을 것으로 본다.

청주 시내에서 오송역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오창 산업단지에 있는 기업,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 분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공공기관, 세종시에서 청주공항을 이용해 출장을 가는 정부 부처 공무원 등이 이 도로를 이용한다. 김봉수 충북도로관리사업소장은 “오송에서 오창으로 출근하는 사람과 청주공항을 오가는 분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오송을 통과해 충남 부여·청양을 가는 분까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궁평2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는 위험 발생 시 자동차 진입을 막는 차단시설과 전광표지판(VMS) 점검을 마쳤다. 지하차도 점검 용역을 맡겨 하루 3번씩 점검한 결과 배수펌프, 차단 시설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차도 내 차선도색과 진입로 도로 표지판 공사만 남은 상태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서 제방 신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 지사 "정밀진단 후 조기 개통하겠다"


오송역에 만난 택시 운전사 이모(68)씨는 “출퇴근 시간대 옥산·오창 가는 길이 꽉 막혀 20~30분씩 더 걸린다”며 “사고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지하차도 점검에 문제가 없다면 하루빨리 개통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출퇴근하는 한 시민은 “안전을 위한 공사이니 1년 가까이 폐쇄돼도 불편을 감수하고 기다렸다”며 “무기한 연기는 이해할 수 없다. 언제까지 이 불편함을 견뎌야 하느냐”고 말했다.

26일 찾은 궁평2 지하차도 인근에선 침수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미호강하천폭 넓히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병천천·미호강 합류지점~미호천교 아래까지 1.68㎞ 길이 새 제방을 쌓아, 이 구간 하천 폭을 기존 350m에서 610m로 넓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새 제방 성토 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공사 현장에선 굴착기로 흙을 모아 올리고, 일부 중장비로 땅을 다지고 있었다. 제방 높이는 5.5m~6m로 구간마다 다르다. 공사 현장관계자는 “땅을 쌓고, 다지기를 여러 차례 하는 방식으로 제방을 쌓고 있다”고 했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성토 작업 이후엔 제방 경사면 마감과 연결도로 공사, 제방 상부 아스팔트 포장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신설 제방 공사가 마무리되면 미호강 범람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에서 350여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시내버스 등 자동차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충북도는 우기(6월21일~9월20일)를 한달여 앞둔 지난달 27일 지하차도 침수 방지 대책을 포함한 ‘재난안전관리 강화전략’을 발표했다.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설과 차수벽 설치, 하천 준설, 사전 예찰을 강화하는 4인 담당제 도입 등이다.

청주=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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