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유엔, 인권범죄 자행하는 北 자격 제한해야"

장희준 2024. 6. 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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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제실종 범죄 대응 국제회의 개최
"북·러 밀착은 美 확장억제 약화시킬 것"
"범죄·책임 규명 위한 새 메커니즘 필요"

유엔에서 북한의 국제적 활동과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개발과 인권침해 범죄 간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와 주목된다.

이정훈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북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최근 국제 뉴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과 새로운 협정 체결로 채워졌다"며 "문제는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르기 위한 러·북 관계 발전이 김정은을 더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장,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정훈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성 단계로 이끌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확장억제 역량을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를 되짚으며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자격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아공은 인종차별 문제로 인해 1974년부터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1994년까지 20년간 모든 유엔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북한에 대해서는 이런 조치가 없다는 건 북한의 주체사상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보다 덜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인가"라며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지난 3월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상기하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유엔 총회에서 한국과 여러 우방국이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면서도, 북한의 인권침해 범죄와 무기 개발 간 연관성을 공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김정은과 북한 관리들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북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

이 위원장은 북한의 범죄를 규명하기 위한 원칙과 노력을 강조하며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신념과 용기를 꺾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는 노력은 인권과 안보 문제를 연결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또는 미얀마의 희생자에 얼마나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돌아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비해 북한 주민들과 재중 탈북 난민들의 어려움이 다뤄지지 않는 대조적 현실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인권 문제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있어 중국을 직접 지목하지 못하고 '주변국'이나 '제3국'으로 거론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성과를 내려면 (정부가) 중국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더 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북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대응' 국제회의

한편 이번 국제회의는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주최로 열렸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이날 북한의 강제실종 범죄를 추적해온 조사 결과와 데이터베이스를 담은 '풋프린츠 2.0'을 발표했으며, 전문가 토론을 통해 북한의 책임 규명과 제재 조치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오곤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 민용준 유엔 국제형사재판 잔여업무처리기구(IRMCT) 법무관, 패트릭 볼 인권데이터분석그룹(HRDAG) 연구디렉터, 외교부·법무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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