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레비, 하던 대로 손흥민에게도 '30대 푸대접' 시동… 그러다 후회했던 사례들

김정용 기자 2024. 6. 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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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토트넘홋스퍼가 늘 해오던 30대 선수 푸대접 정책을 손흥민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분위기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려다 큰 손해를 본 경우가 더 많다.


최근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이 1년 남은 가운데 다년 재계약을 제시하지 않고 1년 연장 옵션만 발동시킬 거라는 전망이 화제를 모았다. 현지 매체들의 전망이 이어진 가운데, 영국 '풋볼 인사이더'는 26일(한국시간) 토트넘 출신 선수 앨런 허튼의 전망을 전했다. 허튼은 토트넘에서 뛰어 본 경험을 바탕으로 "구단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연장 옵션을 넣어 둔 것이다. 토트넘은 100% 옵셩르 발동시킬 것이다. 구단은 손흥민에게 두 시즌만 줄 것이고, 그 전에 대체자가 등장하면 이적료 수익에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흥민은 현재 32세다.


▲ 토트넘에서 은퇴? 특수사례뿐


토트넘은 30대 선수에게 장기계약을 안기지 않고, 시장 가치가 남아있을 경우 순순히 풀어주지도 않는 팀이다. 2001년 다니엘 레비 회장이 취임하면서 21세기 토트넘 역사는 곧 레비와 함께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내내 그랬다.


토트넘이 강팀으로 발돋움한 시기부터 따져도 마찬가지다. 5위 언저리에서 멤돌던 토트넘은 2010-2011시즌 39년 만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토트넘 소속으로 은퇴한 선수는 레들리 킹 한 명뿐이다. 킹은 특이한 경우다. 토트넘 유소년팀 출신이며 한때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자리 잡았던 탁월한 기량의소유자였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경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32세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은퇴 직전까지 토트넘에서 출장시간 관리를 받으면서 뛰었다. 은퇴 기념 친선경기까지 열렸다.


그밖에는 아무리 팀에 기여한 바가 커도 노장이 된 뒤 장기계약을 보장하는 경우는 없었다. 일단 기여도가 큰 간판스타는 노장이 되기 전에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가레스 베일, 카일 워커, 지난해 떠난 해리 케인이 그 사례다. 또한 팀에서 써먹을 만큼 써먹은 저메인 데포, 마이클 도슨, 에런 레넌 같은 잉글랜드 대표급 선수를 하위권팀이나 유럽 바깥으로 이적시키며 쏠쏠한 이적료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무사 뎀벨레 등은 아시아 시장으로 팔았다.


토트넘 활약을 끝으로 은퇴한 최근 사례는 네덜란드 출신 골키퍼 미셸 포름이 있다. 하지만 포름의 경우 정확히는 2020년 여름 토트넘과 계약을 마치고 떠난 뒤 한동안 진로를 모색하다가 3개월 뒤 개인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경우다. 1년 전에도 토트넘을 떠나 소속팀 없이 미용사 등 새 길을 찾고 있던 중 구단의 부상 공백으로 인한 복귀 요청을 받고 급하게 돌아와 한 시즌을 더 뛰었다. 오히려 포름이 토트넘에 헌신한 경우다.


▲ 30대 선수에게 일찍 푸대접 시작하는 토트넘의 습관


노장 선수에게 계약을 더 제시하지 않았다가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2019년 내보낸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가 그랬다. 당시 34세였던 요렌테는 앞선 시즌 UCL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탠 명품 조연이었다. 주전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입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주전급 스트라이커를 수급하기 힘든 토트넘 사정상 한때 스타였지만 노장이 된 요렌테가 군말 없이 조커 위주로 뛰어 준 것, 힘 좋은 장신 공격수라 케인과 다른 옵션을 제공해 준 것 모두 팀에 딱 맞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2년 활용한 뒤 방출을 결정했다. 요렌테는 뒤늦게 나폴리에 입단해 여전히 쏠쏠한 조커 자원으로서 활약을 이어갔다. 토트넘은 그 뒤로 아직까지도 요렌테만한 백업 공격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선수 수명이 많이 연장됐음에도 불구하고 '회생 불가' 판정을 너무 급하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전성기 주역이었던 센터백 듀오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를 방출한 과정은 지금 돌아보면 아쉬웠다. 먼저 2020년 여름 33세였던 베르통언을 방출했다. 베르통언은 방출 직전 1시즌 동안 부진했기 때문에 이적료 못 받고 풀어줘도 괜찮은 선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베르통언은 앞선 시즌 당한 머리 부상 여파로 일시적인 경기력 저하를 겪은 것이었다. 베르통언은 시간이 지난 뒤 당시를 회고하면서, 스스로 뇌진탕 후유증이 있다고 느꼈지만 구단은 뇌진탕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밝혔다. 베르통언은 토트넘을 떠난지 4년이 지난 지금도 벨기에 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홋스퍼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리 케인(왼쪽), 손흥민(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홋스퍼 시절 얀 베르통언. 게티이미지코리아

베르통언보다 1년 늦게 내보낸 알데르베이럴트는 당시 32세였는데, 카타르 알두하일로 이적료까지 받고 잘 판매한 듯 보였다. 하지만 알데르베이럴트 역시 이후 벨기에 로열앤트워프로 이적해 리그 우승을 따내는 등 기량이 녹슬지 않은 모습이다.


토트넘은 기계적으로 두 30대 선수를 방출하면서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 조 로던, 자펫 탕강가 등을 중심으로 수비를 구축했지만 이들 모두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거금을 들인 산체스 영입 실패가 큰 타격이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 외에는 수비수 영입이 족족 실패하다 지난해 미키 판더펜 영입으로 마침내 주전 조합을 새로 꾸렸다.


현재 공격진 상황은 벨기에 센터백 듀오를 방출했을 때와 비슷하다. 공격의 간판스타들이 하나씩 떠나고 지난해 케인까지 이탈하면서, 남은 선수 중 확실한 스타는 손흥민뿐이다. 손흥민은 32세지만 팀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그 이후 영입한 히샤를리송, 데얀 쿨루세프스키, 브레넌 존슨, 마노르 솔로몬, 티모 베르너(임대) 등 공격진 가운데 미래를 맡길 만한 새 중심은 아무도 없다.


손흥민 계약의 연장 조항만 발동시키고 다년 재계약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2년을 벌게 된다. 그 2년 안에 케인과 손흥민의 뒤를 이을 새 스타 공격수를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비중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영입 선수들이 손흥민을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손흥민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점에서 보듯, 간판스타 이후의 새 시대를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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