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때문에 혁신 막힌다…이사책임 보상계약제, 피고 소송참가제 도입"

문채석 2024. 6.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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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상장협·코스닥협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 개최
"이사 책임부담, 경영권 방어수단, 기업 승계제도 등 경영환경 맞게 개선"

윤석열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핵심인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방안에 대응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사의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회사의 피고 측 소송참가제도 도입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제382조의 3) 조항을 바꾸면 이사들이 과도한 민사책임 때문에 혁신경영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권 교수는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1400만명이 넘고 주식소유 목적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사가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인해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은 자명하다"며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회사의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도입, 회사의 피고 측 소송참가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이번 상법 개정이 장기적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판단이 어려워지고 이사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온갖 소송과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영권 방어) 제도 오남용이 두려워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선진기업지배구조 정책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속세, 증여세율이 너무 높아 기업 승계와 유연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에 영향을 주는 세목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라며 "고세율, 최대주주할증, 기업승계제도 성격을 지닌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으로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근본적으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지 않아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대상 확장, 상속재산 처분 시까지 과세 이연, 연부연납기간 연장 등 납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상법 개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세제 개선 등이 논의됐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투자가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의 일반주주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엄연한 현실인 만큼 이사 의무 개정 논의는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충실의무 규정은 일반규정이어서 구체적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이 상황별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는 경영의 축소나 매각을 유인해 기업 유지·발전을 저해하는 '경영권 승계금지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승계를 원활히 하고 기업가정신 발현을 유도하려면 현행 상속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 시 (상속세율이) 60%까지 오르는 등 해외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일률적 주식 할증 과세를 폐지하는 등 과세 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합병(M&A)과 같이 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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