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해서 대기업 연봉? 스마트팜,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은세 2024. 6.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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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에 스마트팜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청년들... 초기 비용 등 고려해야

[이은세, 원이솔, 오지영 기자]

농촌의 고령화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질적인 문제다.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강한 농업보다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스마트팜'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
ⓒ 임한진
 
스마트팜은 농업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를 통해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원격 제어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는 농장을 뜻한다. 날씨나 계절변화에 상관없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게 특징이다. 농업인이 스마트팜을 시작하면 소득 증대, 노동시간 감소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팜 도입 이후 농촌에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의 수도 늘어났다. 각박한 도시 생활의 탈출구를 농촌에서 찾고 있다는 김아무개(28)씨는 "기존 농법과 달리 스마트팜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며 스마트팜 창업 의지를 밝혔다. 또 서아무개(25)씨는 "유튜브를 보면 귀농해서 대기업 연봉을 버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스마트팜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마트팜은 영농의 편의성 향상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 창업 경험이 있는 청년 농업인들은 이 같은 호응에 걱정이 앞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임한진씨와 오훈민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3년 만에 스마트팜을 포기한 이유... "생각보다 비싼 초기 비용"

임한진(30)씨는 2020년, 만 24살의 나이로 스마트팜 창업에 뛰어들어 약 3년간 딸기 농장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현재는 인테리어 필름과 시트를 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스마트팜에서 일하는 임한진 씨
ⓒ 임한진
 
"저는 2020년부터 약 3년간 경기도 파주시에서 스마트 딸기 농장을 운영했어요."

임씨는 대학교 4학년 2학기를 마치기도 전, 금융 기관에 조기 취업할 정도로 유능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감을 느껴 농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나마 부모님께서 농장을 소유하고 계셨던 터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임씨는 "부모님께서 소유하신 과수원 부지로 수익을 낼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스마트팜을 운영해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씨의 예상과는 달리 스마트팜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기존에 있던 과수원에다 스마트팜 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직접 설치하는 등 지출을 아껴가며 농장을 운영했지만, 초창기 투자 비용부터 실제 운영 과정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딸기를 수확해서 먹고살 만한 정도로 스마트팜을 만들려고 봤더니 대충 계산해도 억 단위의 돈이 필요했습니다.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죠."

20대 초반의 청년 임씨가 혼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잦은 기계 고장에도 수리를 포기하고 수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기계가 고장 나면 결국 사람이 모든 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업을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비용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과수원 부지가 있음에도 운영이 힘들었어요. 또, 스마트팜은 엄연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계가 있다고 해서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임씨는 스마트팜이 아무리 적은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해도 결국 '사업'이기 때문에 농사뿐만 아니라 유통 경로도 찾아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는 등 부가적으로 살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태풍, 장마,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처럼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시작 전에 알아야 할 것… "자본의 진입장벽 높아"

충청남도 당진시에서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오훈민(33)씨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직업 군인이었으나, 2019년부터 영농 창업을 결심하고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팜 교육을 2년간 들었다고 한다. 현재는 자신 명의의 토마토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들고 있는 오훈민 씨
ⓒ 오훈민
 
"저도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청년 농부 지원 혜택에 이끌려서 시작했어요."

오씨는 "월 100만 원씩 3년 동안 지급해준다" 등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 정책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스마트팜을 시작하면 쉽게 농사를 지으며 돈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직접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재배 관련 정보가 부족해서 몇 번이나 농사를 망쳤던 기억이 있다"고 하면서 "온라인상으로는 양질의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농업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익혀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소 2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팜 창업 전에 꼭 명심하고 있어야 해요."

정부에서 각종 보조사업을 통해 부족한 자본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최소 2억 정도의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오씨의 의견이다. 그는 "청년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스마트팜 창업에 도전했다가 포기하게 된다"면서 "자본의 진입장벽이 그리 낮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해서, "자본이 부족한 청년도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영농 창업 모델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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