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파이썬 배운 초딩, 돈 많이 벌까?···AI 전문가의 대답은

최기영 2024. 6. 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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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셔널신학연구소, ‘AI 시대의 다음세대 교육’ 주제로 세미나 개최
AI 전문가 전소영 박사 “결국 필요한 건 인간 고유의 감각과 자기다움 깨닫는 것”
AI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 되면서 코딩, 파이썬 등을 능숙하게 다루는 기능은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인간 고유의 경험과 정서, 감각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exels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 파이썬, 프롬프팅(질문하기)을 배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 강단에 선 학습과학(Learning Science) 전문가 전소영 박사는 이 질문에 대해 “AI(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 되면서 코딩, 파이썬 등을 능숙하게 다루는 기능은 가치가 하락하고 결국 인간 고유의 경험과 정서, 감각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의 감정까지 파악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성형 AI가 연일 업그레이드되고, 빠르게 진화하는 AI시대에 맞춰 부모의 역할도 상시 업데이트가 필요한 고민거리가 됐다. 전 박사는 이날 ㈔미셔널신학연구소(이사장 송태근 목사)가 ‘AI 시대의 다음세대 교육: 본질을 묻다’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의 강사로 나섰다.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인적자원개발(HRD) 분야 전문가로서 대기업 학습과학 책임자를 거친 AI와 교육 전문가다.

전소영 박사가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진행된 ‘AI 시대의 다음세대 교육: 본질을 묻다’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전 박사는 “어린이도 빠르게 일꾼으로 전환시켜야 했던 산업혁명 당시부터 이어져 온 표준화 교육이 막을 내리고, AI시대를 맞아 개인의 특성에 따라 내용, 난이도, 방식, 속도가 맞춰지는 개인화 교육이 확산됐다”면서 “결국 성능의 핵심은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 지’와 ‘어떻게 AI와 관계를 맺어야 할 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 박사는 “다양한 환경에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AI에 입력값으로 넣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타고난 소득 계층을 벗어난 아이들의 특징을 밝혀낸 미국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전소영 박사가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진행된 ‘AI 시대의 다음세대 교육: 본질을 묻다’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에서 다양한 문화, 계층의 친구들과 교류한 아이들일수록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으로 시선을 옮겨볼까요. 고액의 사교육으로 ‘이너 서클(소수 핵심층)’을 만들고, 소수의 엘리트 그룹에 머물다 사회로 진출하면 똑같은 경험만 쌓아올린 인간으로 살게 되는 겁니다.”

AI시대에 필요한 학습법도 제시됐다. 그는 “정교한 질문이 아니라 대충 물어도 제대로 답을 제시하는 AI가 일상화 될 것”이라며 “AI를 잘 쓰기 위해 ‘질문 잘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AI가 내놓는 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질문을 잃지 않는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학부모와 교회학교 교사, 목회자 등 다음세대 양육의 방향성과 통찰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참석자 200여명이 강의장을 가득 채웠다. 강연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AI시대를 맞은 교회학교 교육 시스템과 보완점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전 박사는 “지식을 입력하는 것(memorizing)으로는 AI를 이길 수 없으며, 자신의 관심과 경험을 머리에서 꺼내고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정교화(elaboration)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회학교 교사가 단순하게 성경 암송을 시키거나 공과 내용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오늘 설교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게 무엇이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년 시절, 디지털 기술이 없었던 부모세대는 일상에서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레 갖출 수 있었지만 AI시대의 아이들은 ‘진짜 휴먼’을 만나 다양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늘 즐겁지는 않을지라도 함께 찬양하며 기도하고 속 얘기를 나누며 위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회가 여전히 ‘공감각’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강연은 AI시대에 마주한 ‘인간다움의 역설’로 마무리됐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배경의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만의 고유한 감각 기관을 누리고 기쁨과 슬픔, 자극과 연민의 마음을 거쳐 내 속 얘기도 꺼내고 타인 얘기도 들으며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경험했을 때 비로소 자연스레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AI를 비롯한 다른 개체와도 관계를 잘 맺게 됩니다.”

송태근 미셔널신학연구소 이사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진행된 ‘AI 시대의 다음세대 교육: 본질을 묻다’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송태근 이사장은 “우리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AI시대에 이기(利器)인 줄 알았던 기술이 흉기(凶器)가 되는 상황을 겪는다”며 “교회가 다양한 AI 도구들을 건강하게 잘 활용해 다음세대를 양육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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