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 뮤지컬의 출발점…대만에 K뮤지컬 많이 소개하고파”
K-뮤지컬국제마켓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국 창작뮤지컬의 수출과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4회째인 올해는 지난 18~2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해외 8개국 뮤지컬 제작자와 극장 관계자 등 23인이 초청된 가운데 열렸다. 초청자 가운데 대만 작곡가 겸 프로듀서 장신츠(張芯慈·37) 씨뮤지컬(C Musical) 대표는 K뮤지컬의 대만 진출과 관련해 핵심적인 인물이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이름을 한자 그대로 읽은 ‘장심자’로 잘 알려진 장 대표는 씨뮤지컬을 통해 ‘어린 왕자’ ‘라흐마니노프’ 등 여러 K뮤지컬을 대만에 소개했다. 또한, 장 대표는 대구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도 선보인 대만 뮤지컬 ‘넌 리딩 클럽’(2015년), ‘맨 투 밋’(2018년), ‘원 파인 데이’(2019년), ‘휘인’(2023년)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장 대표는 “국립대만사범대 음악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서울 방문 중 처음 본 뮤지컬이 홍광호 주연의 ‘지킬앤하이드’였다. 그때 여러 작품을 보면서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매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정도 뮤지컬을 보러 한국에 5~6차례 온다. 이번에도 28일까지 머무르며 작품들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행 중 K뮤지컬의 매력에 빠진 그는 2012년 8월 중앙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다시 왔다. 6개월간 머물며 뮤지컬 관련 수업을 듣는 한편 100편 넘게 작품을 봤다. 그는 “한국은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고 창작과 관련한 공적 지원이 많다는 점이 대만과 다르다”면서 “또한 대만은 극장이 매우 적다 보니 장기대관이 어려워 뮤지컬 활성화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만보다 극장이 훨씬 많다. 특히 민간 소극장이 밀집한 대학로는 다채로운 K뮤지컬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사범대 공연예술연구소(대학원)를 다니며 뮤지컬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그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넌 리딩 클럽’이 이듬해 2015년 한국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초청받아 심사위원상까지 받으면서 제작사인 씨뮤지컬이 출범하게 됐다. 서점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넌 리딩 클럽’은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대만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의 소극장 뮤지컬처럼 해보고 싶어서 만든 게 ‘넌 리딩 클럽’이었다”면서 “DIMF에 초청돼 상까지 받으면서 뮤지컬 제작에 대한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대만 국립 타이중 극장이 2019년 뮤지컬 전문 인력 양성 워크숍을 위해 한국의 한아름 작가를 멘토로 초청했을 때 그는 2주간 통역을 맡았다. 한 작가와 서재형 연출가 부부의 뮤지컬 ‘죽도록 달린다’를 보고 팬이 되어 연락을 주고받던 그는 워크숍을 계기로 의기투합해 협업까지 하게 됐다. 바로 2021년 한국의 DIMF와 극단 죽도록달린다, 대만의 (재)타오위안시광예기금회와 씨뮤지컬 등 4개 단체가 공동 제작한 뮤지컬 ‘휘인’이다. 이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그는 서재형-한아름 부부와 함께 2022년 백제문화제에서 선보인 뮤지컬 ‘무령’에 이어 지난해 뮤지컬 ‘오이디푸스’에도 작곡가로 참여했다.
“대만에서 뮤지컬 작업을 할 때는 장면마다 대본을 받아 작곡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아름 작가님과는 완성된 대본을 토대로 모두 작곡한 뒤 피드백을 받아 수정했어요. 작품을 전체적으로 분석한 뒤 작곡했기 때문에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어요.”
그는 프로듀서로서 K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오이디푸스’ 투어 공연, ‘어린 왕자’ ‘렛미플라이’ 라이선스 공연, ‘유진과 유진’ 낭독 공연 등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어린 왕자’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500석 규모의 중극장에서 각각 16회와 36회 공연하며 대만에 소개된 한국 라이선스 뮤지컬 최초의 장기공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어린 왕자’ 대만팀은 지난해 서울에서 특별 공연을 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완성도 높은 K뮤지컬을 대만에 소개하는 등 앞으로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싶다. 이를 통해 대만 뮤지컬 시장이 자극을 받아 좀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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