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기고] 국민 생명·안전 담보로 한 비과학적·비환경적‘불소 토양오염 기준 완화’안 돼

2024. 6.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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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철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이사장

불소는 인체독성참고치(RfD)가 0.04mg/kg/day로서 구리 0.14, 아연 0.3보다 낮아 상대적인 인체 독성이 매우 강하다. 외국 보고서에 따르면 불소에 대한 노출은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소아와 어린이, 신장 또는 갑상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불소를 섭취하면 건강상 유해성이 더욱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주로 지하수에 의해 인체에 유입되어 급성사망과 만성노출에 따른 불소증 우려가 있다.

2023년 9월 25일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불소 토양 기준을 완화”하고 “유해성평가 체제로 전환”하라고 환경부에 권고하는 등 환경기준을 규제개혁이라는 범주에 넣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환경부는 본연의 임무인 환경보전을 망각하고 주택건설협회가 요구하고 있는 토양 불소 기준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외 환경오염물질 지정사례를 비교해 보면 한국이 23개지만 미국은 109개, 중국은 50여개에 이른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환경보전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번 규제 개혁안은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중심으로 토지정화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택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주요 근거인 해외에선 지하수로 유입될 위험이 있는 경우엔 기준치가 다르다. 미국은 지하수 보호를 위해 120㎎/㎏을 기준치로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토양 기준은 지하수 연계 시 0.8㎎/L(토양 농도 기준 환산 시 120㎎/㎏)로 훨씬 엄격하다. 토양 불소기준을 운영 중인 10개국 중 농작물 섭취 및 지하수 섭취, 수질오염에 의한 위해를 우려한 나라는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강한 불소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승우 군산대 교수는 “위해도 분석에 따른 토양 불소 기준안 연구 결과, 위해도 수준은 275~401㎎/㎏으로 나타나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 기준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현행 기준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부지개발 과정에서 굴착된 토양이 외부로 반출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므로 반출된 토양이 깨끗한 토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캐나다는 국토면적이 한국보다 99배나 넓지만 불소 기준은 200mg/kg(농경지)으로 2배 강하게 설정되어 있다. 국토면적이 우리와 비슷한 오스트리아도 200mg/kg(농경지·주거지)으로 2배 강하게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보다 조금 작은 리투아니아 역시 200mg/kg(농경지·주거지·공원)으로 2배나 강하다.

우리나라의 환경여건은 산악지역이 60~70%를 차지하므로 인구 대비 사용할 수 있는 국토 면적이 토양 불소 기준을 설정하여 적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극히 제한되어 우리나라의 토양 불소 환경기준은 현행 기준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고, 불소 환경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환경여건에 맞지 않고 국제적인 사례도 없다.

또한 환경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또 다른 환경오염물질 환경기준 완화 요구의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만약 불소 토양오염 기준치를 올린다면 기존 기준치와 상향된 기준치 사이의 정화되지 않은 불소 오염 토양은 전국 어디에나 뿌려질 수 있다. 건설 전 땅속에 존재하던 불소 오염 토양은 굴착으로 파쇄·미세화돼 오염과는 전혀 상관없는 타 지역의 주거지 건설현장, 농경지 복토, 운동장, 공원 조성 등에 사용된다면 국민의 불소 노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소가 독성을 가진 위험물질인 점은 확연한 사실이며 아직 인체와 생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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