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기고] AI의 위협, 주역으로 점치다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라 인류는 전례 없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심각한 위기와 불안에 놓여 있다. 지난해 5월, ‘AI안전센터(CAIS)’는 성명을 통해 “AI로 인한 인류 위기를 막는 것은 글로벌 차원의 우선순위”임을 강조하며 AI 기술이 핵무기와 신종 전염병에 비견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음을 역설했다. 대화형 AI 챗GPT의 창시자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하여 IT기업 경영자와 과학자 350여명이 서명했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문명의 산물인 AI에게 위협받고 있는 이유는 내면의 고유한 힘과 정신적 역량보다는 과학기술의 외면적 화려함에 치중한 탓이다. 이에 시대를 초월한 세상의 원리를 밝힌 고전 『주역』을 통해 우리 인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제언하며 올해의 국운을 점치려 한다.
주역의 이치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허지리(盈虛之理)다. ‘가득 찼으면 기울고, 완전히 기울었으면 다시 차오르는 이치’이다.
물질문명은 극도로 발전하고 정신문명은 극도로 쇠퇴해진 현대 사회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을 복제하고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했지만, 정신적인 영역의 발전은 그에 따르지 못한 이유이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이 단적인 예다. 세계적인 기술 강국 한국은 자살률이 10만 명당 24.1명(2019~202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 평균(9.66명)에 비해 약 14명 높은 수치다. 반면 한국의 출산율은 0.81명(202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평균(1.58명)에 비해 약 0.77명 낮은 꼴찌다.
이제 우리는 그 차이를 좁히는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영허지리의 원리로 정신문명의 발전이 필연적이라 하여도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주역의 대가이며 민족종교의 지도자였던 선친인 해평 한양원 선생은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며 수동적 자세를 경계하였다. 현대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자신의 저서 『책임의 원칙(The Imperative of Responsibility)』에서 ‘윤리적 공백’이라는 말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윤리를 통해 인간 내면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존속을 위한 정신적 역량의 발전을 중시할 때 우리는 급변하는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수산건(? 水山蹇) 괘를 한국의 국운으로 점친다. 건(蹇)은 절뚝발이를 의미한다. 한국은 국내외의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으며 그것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려우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窮則變變則通通則久)’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비워 내려놓으면 돕는 이가 찾아오므로 길하다고 주역에서는 말한다.
길하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하고(貞吉), 바르고 겸손한 자세로 주위를 보면 반드시 길이 생길 것이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上君)은 타인의 지혜를 빌려 쓸 줄 아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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