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시 꿈꾸는 부·울·경] 우주항공청 날개 달고 ‘글로벌 우주항공 수도, 경남’ 꿈꾼다

안대훈 2024. 6. 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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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박완수 경남지사(오른쪽 넷째)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 함께 지난달 30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간판석 제막을 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 경남도청]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툴루즈. 수도 파리에서 670㎞ 떨어진 이 도시는 1960년대 초만 해도 평범한 중소도시였다. 지금은 미국의 보잉(Boeing)사와 함께 세계 양대 항공사로 꼽히는 에어버스 본사를 중심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우주항공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앞서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산하 툴루즈센터(CST)가 설립되면서다. 한국에도 툴루즈와 같은 우주항공복합도시를 꿈꾸는 곳이 있다. 바로 경남이다.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KASA·Korea Aero Space Administration)이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시에 문을 열면서다.

우주항공청 개청은 임기 반환점을 앞둔 민선 8기 박완수(69) 경남도정의 전반기 최고 성과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경남에 들어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발의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 정쟁으로 공전을 거듭했다. 박 지사를 필두로 경남도와 도내 18개 시·군과 의회, 330만 도민이 연일 상경해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끝에 통과했다. 법안 발의 약 9개월 만인 지난 1월의 일이다.

경남은 국내 유일한 항공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천시)·한화에어로스페이스(창원시)를 중심으로 부품·소재 협력업체들이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사천은 국내 우주항공 산업 매출액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집적된 곳이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면서 경남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도내 주력산업인 기계, 소재·부품 등 전후방 산업이 우주항공 분야 산업과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경남도는 ‘글로벌 우주항공의 수도, 경남’이란 비전을 지난달 제시했다. ^산업육성기반 마련 ^산업핵심 기술 개발 ^미래 신성장생태계 조성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이란 4가지 추진전략도 세웠다. 우선 우주항공 분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1조1267억원을 들여 사천·진주 일대에 ‘경남 스페이스파크’를 조성한다. 여기에는 위성개발혁신센터, 우주환경시험시설, 미래우주산업 기술시험센터가 들어간다. 또한 진주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대학과 우주항공 교육발전특구를 통해 도내에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경남 사천시는 지난달 개청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 현판을 설치했다. 사진은 우주항공청 전경.

도는 교통·물류·교육·문화 등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쓴다. 우주항공산업 전문인력이 거주하는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도가 바라보는 우주항공 복합도시는 우주항공 관련 산·학·연·관을 비롯해 교육·문화·의료·관광 등 복합적인 기능을 담고 있는 글로벌한 자족도시다.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경남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임대는 물론 1인당 200만원(최대 1800만원)의 정착지원금, 자녀 장학금·양육금 1인 1200만원(2년간 월 50만원씩)과 전입학 장려금(1인 150만원)을 지원한다. 장기적으로 도는 사천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KTX 증편, 비즈니스 호텔 건립 등 기반 시설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내다봤다.

툴루즈와 같은 우주항공 복합도시의 성패는 기업 유치에 달려 있다. 일자리에 많아야 인구가 몰리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항공 시장은 지난해 기준 기업은 700개, 고용인력은 2만명에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2045년까지 기업은 2000개, 고용인력은 2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이에 발맞춰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프랑스 에어버스 등 외국기업의 연구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의 투자 지원을 유도할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박 지사는 “국가 발전과 직결될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과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에 정부와 국회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수도의 초석을 놓은 박완수 경남도정은 지난 2년 동안 경남 경제가 재도약할 산업의 발판도 다졌다. 전국적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는 와중에 경남은 오히려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됐다. 제조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2.6%였지만, 경남은 3.7%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조선, 항공, 방산 등 주력산업이 호조(好調)를 보이면서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15.1%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박 지사 임기 초반인 2022년 8월 6억8000만 달러 적자에서 올해 4월 16억9000만 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무려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를 선도한 셈이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고용률은 상승(61.1%‘’→62%)하고, 실업률은 감소(3.3%→2.5%)했다.

박 지사는 “원전 생태계와 조선 경기 회복에 육상·해상·항공 K방산이 주목받고 우주항공까지 더해지면서 확실하게 재도약의 기반을 닦았다”며 “앞으로도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성장산업 육성, 교육·기회발전특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남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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