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성 참사' 외국인 사망자 18명 전원 '불법 파견' 의혹
지난 24일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 1차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확인됐다. 이들 전원이 회사 직고용 노동자가 아닌 인력파견업체인 메이셀이 파견한 노동자였다. 일각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가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이 노동자들을 파견받는 과정에서 불법 여부는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메이셀 관계자는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리셀과 관계에 대해 “우리는 도급업체가 아니라 파견수수료만 받고 사람을 대주는 파견업체”라며 “업무 관리감독은 전부 아리셀에서 했고 우리는 아리셀 공장 자체를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한 외국인 18명 전원이 메이셀 소속”이라고 했다.
메이셀은 불과 한 달여 전인 5월 7일 1차전지 제조업을 사업 목적으로 설립·등기한 업체다. 그런데 이 업체의 소재지가 화재 발생 현장인 아리셀 공장 3동 2층 포장 작업장이었다. 아리셀이 메이셀을 통해 파견 형식으로 인력을 받은 게 아니라 사내하도급 업체의 외형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셀 관계자는 4월까진 ‘한신 다이아’란 업체명으로 인력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업체를 만들고 주소지를 아리셀 작업장으로 한 데 대해 “다 그렇게 한다”며 “왜냐하면 근로자 파견 허가를 받으면 일단 절차도 까다롭고 노동부 점검도 많고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이 1명인 외국인 사망자의 비자 신분은 재외동포(F4) 비자가 11명, 방문취업 동포(H2) 비자가 4명, 결혼이민(F6) 비자 2명, 영주권(F5) 비자가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F4 비자와 H2 비자는 재외동포들이 주로 발급받는 비자로, 사망자 중 다수가 재중 동포인 것과 연관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업장이 H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선 ‘특례고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조업·건설업·농축산업 등 일부 업종과 300인 이하 근로자 혹은 자본금 80억원 이하 규모의 사업장 등에 한해서만 특례고용 허가가 가능하다. 아리셀의 자본금은 250억원으로 기준을 초과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리셀과 메이셀 모두 특례고용허가를 받지 않은 걸로 파악됐다”며 “H2 비자를 가진 이주 노동자들이 합법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가 불법 고용 혹은 파견을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는 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며 무엇보다 불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를 드린다”면서도 "하지만 불법 파견은 없었고 안전교육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용 절감과 책임 소재 회피를 위해 단순 노동을 파견 형태의 고용으로 메꾸는 고질적인 고용 실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H2 특례고용허가 업장이 아닌데도 고용을 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업장에서 중간에 파견업체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값싼 노동력에 중독된 한국 산업현장에서 비롯된 인재”라며 “파견근로자법에 따르면 파견할 수 있는 업무가 특정돼있는데 배터리를 포장하는 단순 업무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접 고용해야 할 인력을 파견 형식이든 하도급 형식이든 불법·편법 고용한 것”이라며 “아리셀과 메이셀이 하도급 ‘원청-하청’ 관계라면 같은 건물에서 아리셀이 관리 감독을 맡은 정황이 보여 ‘위장 하도급’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용직·단기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이나 비상대응 대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민길수 중부고용노동청장은 “현재 파견자들이 어떤 형태로 어디 소속으로 근무했는지 파악을 하고 있다. 이후 산업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필규 변호사는 “철저한 사고 원인 파악과 동시에 이주노동자 유족 지원이 중요하다. 입국 편의를 봐주는 일시적인 지원도 좋지만, 이를 넘어 사망자 신원파악과 참사의 원인 분석까지 장기간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이 기간에 이주노동자 유족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석경민·손성배·이찬규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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