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 시작한 ‘쓰기 성경’,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돼 보람”
성경 부문 수상 아가페출판사 곽성종 대표 인터뷰
성경 전문 출판사인 아가페출판사에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은 유독 힘겨웠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집회가 일정 기간 금지되면서 이전 같은 교회 예배 및 모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성경 보급에 차질을 빚은 이 출판사가 택한 돌파구는 ‘쓰기 성경’ 출간이었다. 팬데믹 이전부터 쓰기 성경을 꾸준히 제작해 온 출판사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 ‘온마음 쓰기 성경’과 ‘밑글씨 매일 성경’을 새롭게 출간했다. 필사 공간에 성경의 소제목과 장, 절을 인쇄한 온마음 쓰기 성경은 빈칸을 채워나가다 보면 구약은 3권, 신약은 1권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밑글씨 매일 성경은 필사 공간에 필사체를 밑글씨로 인쇄해 편하게 따라 쓰며 성경을 완성하도록 제작했다.
이들 전작의 강점을 반영한 아가페출판사의 세 번째 쓰기 성경이 최근 가장 호응이 높은 ‘본문이 있는 채움 쓰기성경’이다. 신앙 공동체 기념물이나 가보로 남기려는 이들의 주문이 엔데믹 이후로도 이어진 덕이다. 이 책으로 국민일보의 ‘2024 국민미션어워드’ 성경 부문을 수상한 아가페출판사의 곽성종(66) 대표를 최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방문한 회의실 서가에는 출판사의 대표 성경 중 하나인 ‘큰글성경’을 비롯해 ‘ESV 한영해설성경’ ‘일년 삼독성경’ 등 다양한 성경이 구비돼 있었다.
-수상 소감이 궁금하다.
“먼저 귀한 상을 준 데 감사를 전한다. 기독 출판사가 많지 않은 편인데도 이런 부문을 창설한 것에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팬데믹 당시 아가페출판사의 쓰기 성경이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성경을 쓰는 행위 자체에 호응을 많이 해주셨다. 쓰면서 성경을 읽으면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말씀을 더 깊이 새길 수 있다. 여기에 목소리를 내 읽으면서 쓰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성경을 쓰면 말씀을 세 번 각인하는 셈이다. 격리로 인한 우울감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후기도 꽤 됐다. 외출조차 어렵던 팬데믹 시기에 우리 성경을 쓰면서 우울감도 덜고 하나님의 동행을 체감했다는 반응이었다. ‘온마음’ ‘채움’ 등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브랜드명도 이런 효과에 한몫한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전 교인이 성경을 쓰는 교회도 적잖았다.
“감사하게도 성도 1000명 이상 규모의 전국 교회들이 ‘성경 쓰기 운동’에 동참해줬다. 당시 기독 출판계에 ‘성경 쓰기 운동’ 붐을 일으켰다고 나름 자평한다. 이때 단체로 성경 쓰기에 나선 독자들의 제안으로 ‘낱권 쓰기 성경’도 개발했다. 오래 써도 번지지 않는 볼펜 등 필사 전용 문구도 이때 출시했다.”
-팬데믹 이후 반응은 어떤가.
“코로나 시기에 가장 반응이 뜨거웠기에 엔데믹을 맞으면 판매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금껏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 차원의 주문도 여전한 편이고 낱권을 쓰던 분들이 성경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추가 주문한다. 요즘엔 ‘신앙의 대물림’을 위해 가족의 유산으로 남기려고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명이 전담하지 않고 모든 가족이 이어 쓰는 경우도 봤다. 완성한 필사 성경을 합본해 가죽 장정을 입혀달라는 요청도 적잖다.”
-아가페출판사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각종 성경을 비롯해 격월지 ‘주삶’과 단행본도 꾸준히 출간해왔다. 성경도 시대별로 유행을 탈까.
“성경은 영원한 ‘스테디셀러’ 아닌가. 그렇지만 시대마다 성경 보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분명 있다. 최근엔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60대 이상 연령층이 보기 쉬운 ‘큰글성경’이 인기다. 임직식용 고급 성경 주문도 꾸준한 편이다. 또 오랜 시간 함께했던 성경을 간직하고픈 이들도 늘어 몇 년 전부터는 ‘성경 리폼’도 전문적으로 하는데 반응이 좋다. 우리뿐 아니라 타사 성경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20년 경력자가 어떤 상태든 100% 새 책처럼 리폼한다.
다만 교회학교 규모가 줄면서 어린이·청소년용 성경 판매는 수년 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교회 내 30·40세대도 줄면서 이들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성경 판매도 부진하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는 추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최근 한국기독교서점협회 월례회에 참석했는데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한국교회의 부흥이 기독 서점 및 성경 보급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로 취임한 지 현재 5년 차다. 앞으로의 계획은.
“성경뿐 아니라 설교 노트나 감사 노트, 기도 노트나 암송 카드 등 한국교회 성도에게 꼭 필요한 관련 용품 제작에도 힘쓸 계획이다. 특히 다음세대와 노년 세대 감성에 맞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려고 한다. 최근엔 어린이 성도에 특화된 헌금 봉투를 개발했다. 노인 세대를 위한 컬러링북이나 종이접기 책 등도 기획하려 한다. 얼마나 판매될지 모르겠지만 각 세대에 친화적인 교회 문화를 만드는데 우리 제품이 기여했으면 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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