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터리 선진국, 배터리 안전은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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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18명 등 총 23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 화재 참사는 여러 원인 분석이 나왔지만 외신의 시각이 가장 눈에 띈다.
하나는 세계적인 배터리 선진국이 정작 배터리 안전관리에 소홀한 것, 또 하나는 저출생으로 한국 내 기피 일자리를 채워온 값싼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던 것이다.
참사 희생자들도 대부분 일용직으로 사업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고 체계적인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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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18명 등 총 23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 화재 참사는 여러 원인 분석이 나왔지만 외신의 시각이 가장 눈에 띈다.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지난 24일 발생한 참사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세계적인 배터리 선진국이 정작 배터리 안전관리에 소홀한 것, 또 하나는 저출생으로 한국 내 기피 일자리를 채워온 값싼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던 것이다. 첨단산업의 고부가가치 획득과 저임 외국인 노동력을 통한 이윤 확대 등 실적에만 관심 쏟을 뿐 기본적인 예방, 관리, 안전은 외면했다는 얘기다. 21세기 한국 경제·사회의 민낯이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약 23%로 중국에 이은 2위의 배터리 강국이다. 품질로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기차 휴대전화 등 일상생활에서 안 쓰이는 데가 없다시피한 게 배터리다. 주요 수출품이자 생활 용품임에도 정작 생산 공장에서의 운영 방식과 여건은 후진적이었다. 보도를 보면 배터리 화재는 폭발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대비가 제대로 안됐다. 배터리를 나눠서 비치하고 생산 즉시 출하하는 게 기본이지만 사고가 난 곳에선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돼 있었다. 해당 공장이 생산하는 일차전지는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안전기준도 없었다. 비상구는 장비로 막혀 출입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사고 나기 이틀 전에도 공장 내 다른 현장에서 같은 배터리 과열 문제로 화재가 났다. 당시 경각심을 갖고 점검했다면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안전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다. 신소재 산업에 대한 안전 관리 제도 마련과 소방 시설 보완이 시급하다.
이번 사고는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국내 참사로 기록됐다.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우리나라에겐 크나큰 오명이다. 국내 이주노동자는 약 130만명이다. 이들은 저출생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부족을 해결할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주로 힘들고 어려운 3D업체에 몸담고 있고 처우도 열악하다. 참사 희생자들도 대부분 일용직으로 사업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고 체계적인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명 안팎의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해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나아진 건 없었다. 외신에서는 한국이 첨단 기술 못잖게 산업 재해로 유명하다고 꼬집고 있다. 국격에 맞는 이주노동자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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