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의 ‘주주 충실’ 상법 개정안…모호성부터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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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경제 단체, 상법 개정안 반대 건의서 제출
주주 보호와 경영 자율…합리적 균형점 찾아야
한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 단체가 어제 기업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상법 개정안이 현행 법 체계를 훼손하고 자본 조달이나 경영 판단 같은 일상적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담았다.
상법(382조 3항)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현행 상법이 일반주주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부당 합병과 쪼개기 상장,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한 경영 결정으로 일반주주가 손해를 보더라도 회사에만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 이사들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경영계는 상법 개정안으로 인한 소송 남발과 그에 따른 투자 및 기업가 정신 위축을 우려한다. 주주마다 투자 목적과 기대 수익이 제각각인 만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와 구조조정, 자금 조달을 위한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 자사주 처분이나 이익 잉여금 유보 등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한 이사회 결정이 ‘주주 충실 의무’ 위반으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소송이 빈번해지면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 경쟁력도 훼손될 수 있다. 소송 우려에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상장사 152개를 조사한 결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M&A 계획을 재검토 혹은 철회·취소하겠다는 곳이 절반을 넘었다.
경영계는 현행법으로 주주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동안 상당수 기업은 일반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한 채 후진적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각종 문제를 양산한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경영계가 지적하는 문제를 흘려 넘겨서는 안 된다. 법제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주주 보호와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는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경영 판단과 관련한 원칙과 이사의 면책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도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내건 배임죄 폐지는 1대1 교환이 아닌 별도의 사안으로 논의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주주 충실 의무’라는 포괄적이며 모호한 명제로 기업의 불안을 키우는 건 주주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주주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경영계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이 살고 제 역할을 할 때 주주 보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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