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해외에서 날아온 반가운 작은 소식들

2024. 6. 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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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지금 한국은 우울하다. 정치는, 다수당의 횡포를 즐기는 일부 야당 의원들, 왜 정치를 하는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여당 의원들, 여야 할 것 없이 국격을 갉아먹는 막말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경제는, 경기가 바닥을 모르고 헤매고 있다. 사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사건건 편이 갈려 지역 간은 물론, 친구 간, 가족 간에도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

암담한 현실에 과연 어디서 희망을 찾을까? 최근 나라 밖에서 반가운 작은 소식들이 들려와 우리의 무거운 마음을 다소나마 가볍게 해주었다.

「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
100위 내 한국 5개, 일본 4개 선정
IMD 국가경쟁력 등서도 희소식
암담한 정치 현실 속 한줄기 희망

서울대학교 정문.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는 ‘2025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포스텍 등 한국의 5개 대학이 100위 안에 들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31위)는 처음으로 도쿄대(32위)보다 앞섰다. 연합뉴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는 ‘2025 세계대학평가’에서 한국의 5개 대학이 100위 안에 들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포스텍이다. 올해는 전 세계 5663개 대학이 참여했는데, 100위권 대학은 국가별로 미국 25곳, 영국 15곳, 호주 9곳, 중국·독일·홍콩이 한국과 같이 5곳, 일본 4곳(도쿄대, 교토대, 도쿄공대, 오사카대) 등이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도쿄대의 추락으로 서울대(31위)는 처음으로 도쿄대(32위)보다 앞섰다.

QS 평가는 빈틈이 많아 보인다. 그 기준은 학계 평가(30%), 논문 피인용수(20%), 기업의 졸업생 평가(15%), 교수 대비 학생 수(1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인 학생 비율(5%), 국제 연구 네트워크(5%), 고용성과(5%), 지속가능성(5%) 등이다. 과연 이러한 기준으로 대학의 우수성을 측정할 수 있을까? ‘순위’라는 단어가 풍기는 정량적 뉘앙스와 달리 50%의 평가 기준이 학계 평가, 졸업생 평가, 지속가능성과 같은 정성 지표다. 또한 학계 평가와 졸업생 평가는 주로 공개되지 않은 영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QS 평가 기준은 학계 평가(30%), 논문 피인용수(20%), 기업의 졸업생 평가(15%), 교수 대비 학생 수(1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인 학생 비율(5%), 국제 연구 네트워크(5%), 고용성과(5%), 지속가능성(5%) 등이다. 학계 평가와 졸업생 평가는 주로 공개되지 않은 영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진은 13년 연속으로 1위에 선정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AP=연합뉴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상위 10개 대학 중 4개, 상위 50개 대학 중 20개, 100개 대학 중 40개 등 40% 정도가 영국 또는 영연방 대학인 점을 고려하면 평가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이 이러한 순위를 적극 홍보하는 것을 보면 QS 평가가 영국 또는 영연방국가의 대학 교육 서비스 수출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대학들이 이러한 순위 경쟁에 휘둘리면 안 된다. 오래전부터 대학 일선에서는 교수들이 학생 교육은 뒷전으로 논문수 또는 피인용수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들려왔다. 외국인 학생 유치도 순위 경쟁을 위한 고육책이란 말까지 있다. 대학의 본질은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고 인류의 지혜를 전수하여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나는 이번 QS 평가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느닷없이 시작된 ‘더 타임스(The Times)’의 대학 평가는 한국의 어느 대학도 100위 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서울대를 비롯한 한국의 대학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라며 조롱을 당했다.

그때 서울대가 대외협력 본부장이던 노경수 교수를 런던에 보내 그 이유를 물어보니, 서울대를 비롯한 한국 대학이 평가 자료 요청에 잘 응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하면서 서울대 순위는 더 타임스 평가로 2006년 63위, 2011년 51위 등으로 올라갔다. QS로는 이미 2014년에 30위대로 올랐다.

지난 2023년 12월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의 특강을 듣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모습. 한국의 대학들이 평가 자료 요청에 응한 후 더 타임스(The Times)의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의 순위는 2006년 63위, 2011년 51위 등으로 올라갔다. QS는 2014년에 30위대로 올랐다. 뉴시스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중화권 대학 교수들이 서로 중국인 논문을 인용해 주면서 그들의 순위가 올라간다’는 비판과 함께 평가를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 놓는 대학도 생겼다. 그럼에도 나는, 비록 일본 대학들의 추락에 주로 기인했지만 이번 평가에서 서울대가 도쿄대를 앞서고, 또 한국에서 일본의 4개 대학보다 많은 5개 대학이 100위 안에 들어온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일본을 누르고 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교육부는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참가국 64개국 중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스웨덴,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세계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싱가포르가 1위,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2위, 다음으로 호주, 뉴질랜드가 뒤를 이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스위스 IMD의 ‘2024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7개국 중에서 20위를 차지하며 작년보다 8계단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50-30그룹 (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7개국 가운데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했다. 둘 다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이런 지표들의 객관성에 충분한 신뢰를 줄 수는 없지만,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아직 희망의 빛은 살아 있다. 우리를 총체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어두운 자화상이 대학과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환하게 밝아지기를 기원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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