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시시각각] 공포의 의회 독재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증인, 증인이 위원장이에요? 왜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고 그래요?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위원장이 생각도 못 합니까?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어요? (중략) 임성근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에요.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 합니까. 사과하세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저는 위원장님 생각까지 재단하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사과하세요.”
임성근: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청래: “토 달지 말고 사과하세요.”(이후 사과 요구와 사과 발언 반복)
정청래: “일어나세요. 10분간 퇴장하세요. 임성근 증인 때문에 진행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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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증인에게 모멸적 벌을 주고
행정·사법 영역 선 넘는 입법도
유권자, 민주당 행태 기억할 것
」
임 전 사단장은 실제로 ‘10분간 퇴장’을 당했다. 지난 21일 국회 모습이다. 채 상병 특검 입법 관련 청문회장이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같은 벌을 받았다. 일국의 안위를 책임졌던 사람이다. 그가 밖으로 쫓겨난 뒤 정 위원장과 같은 당 박지원 의원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니에요?”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의미입니다.”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두 사람이 웃었다.
정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때 “답변에 따라 퇴거 명령을 하겠다. 주의하길 바란다.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하면 본인들 좋은 일이기 때문에 10분, 20분, 30분 단위로 퇴거 명령을 할 테니 밖에 나가서 성찰하고 오라”고 말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의 ‘5공 청문회’부터 36년간 온갖 청문회를 봤는데, 증인을 복도에 세워놓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4선 민주당 최고위원의 위세가 대단했다.
지금 한국에서 타인을 밖에 서 있게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을, 부모가 자식을, 사장이 직원을 그렇게 할 수는 있으나 후과를 각오해야 한다. 인격 모독, 학대, 갑질이 된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는데, 국회 시계는 거꾸로 흘렀다. 공포스럽다.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장관은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다. ‘동료 시민’이기도 하다.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의혹의 당사자가 됐다고 해서 존중받아야 할 인격과 인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금과옥조로 받드는 ‘무죄 추정’에도 어긋난다.
지금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것이든 원하면 법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들이 가진 의석이 175석이고, 범야권을 합하면 192석이다. 개헌, 탄핵,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 재의결 말고는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게 없다. 정부가 반대하는 ‘민생지원금’ 지급을 법으로 만드는 등 행정권을 가지려고 하고, 법관을 옥죄는 법으로 사법 영역을 침범하려 든다. 기자를 애완견으로 규정하면서 언론을 겁박하는 법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던데, 권세가 그 섬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히 무소불위다.
프랑스대혁명 직후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가 이끈 국민공회가 있었다. 일종의 의회였는데, 일당독재 체제였다. 공회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다 가지고 있었다. 교과서에 ‘공포정치’라고 적혀 있는 시대다. 이 의회 독재는 3년 만에 무너졌다. 민심 이반이 있었고, 이를 등에 업은 반정이 성공했다.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국민공회 시대를 통해 인류는 군주 독재 못지않게 의회 독재도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 이 대표와 민주당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행태가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각뿐이다. 이렇게 의회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대통령 권력까지 얹어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도 이런데…”라는 불안감이 자란다. 현명한 유권자는 견제와 균형을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국민의 기억에 하나하나 각인되고 있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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